소리의 황홀 - 윤광준의 오디오 이야기, 2판
윤광준 지음 / 효형출판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참 깔끔하다. 맛깔스런 멋이 있다. 그림도 시원 시원하고 무엇보다 표지의 디자인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둥근 턴테이블은 한없이 굴러가는 소리와 음악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것 같고, 그 옆에 미끈 하게 쭉 빠진 카트리지는 한마리의 재빠른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멋이 풍긴다. 그리고 그것을 받쳐주는 판(? 정확한 이름을 잊었다)은 정확하게 책을 반등분 해서 규격을 지워준다. 마치 한치의 오차도 허용할수 없다는 극한의 모습을 보여주는것 처럼 말이다. 이 책의 내용과 이미지는 앞서 얘기한 모든 형용사에 다 포함되어 있다. 깔끔하며, 한이 없는, 시원하며, 미끈하며, 정확하며 등등...
이 책은 오디오에 대한 책이지만 오디오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아니 여러 사람들의 집착을 엿볼수 있다. 그렇기에 오디오에 대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음향기기 즉 기계에 대한 관심 등이 없다면 조금은 지켜울수도 있는 책이다.
그렇지만 교양인문 전문출판사인 효형에서 이 책을 만든 이유는 이런 기계적인 이유보다는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집착과 사물에 대한 열정을 좀더 부각시켜보려고 했던 터일 것이다. 책의 뒷표지에 보면 저자와 성이 같은 소설가 윤대녕의 짧은 글이 눈에 들어온다. 그 역시 이책의 인문학적 요소를 잊지 않고 있으며 다른 요소들보다 한 인간이 사물에 대한 자신의 관심이 싹트기 시작해서 줄기가 굵어지고 열매를 맺기 까지의 그 일련의 과정을 살피기를 책읽기에 강조한다.

윤대녕은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우리들은 필연적으로 소멸되어 가는 생을 살며, 자신을 몰두해 소멸시킬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
이 점들을 유념해서 자신의 것, 자신이 광적으로 집착할수 있는 무언가와 비교해서 읽어본다면 보다 다른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디오 파일(phile)이던 무슨 무슨 파일이던 몰두할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하며 황홀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말이다.
종종 이런 얘기도 자주 듣는다. 성공하려면 미쳐라 몰두하라. 그런데 저자와 같은 파일들은 절대 성공하기 위해 몰두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것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것 뿐이다. 그저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황홀함을 만들어 내며 즐길 뿐이다. 이런 이들에게 성공이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아무튼 금전적인 성공이던, 명예로운 성공이던 아마도 파일들은 자신의 미학적 성공, 자기 만족 만을 위한 움직임만 있다. 다른 모두 돌아보지 않으며 그것만을 향해 나아간다면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소리의 황홀은 이렇듯 행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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