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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장 쓰기 ㅣ 오늘의 사상신서 155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1992년 3월
평점 :
품절
이오덕 선생님께
처음 제가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단지 국어학자이고 가끔 신문이나 잡지에서 선생님 글을 마주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차음으로 선생님이 쓰신 책을 보았습니다.
처음 이 책을 보게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뜻을 같이해 창작공부를 하는 조그만 모임이 있습니다. 그 모임에서 겨울방학을 맞아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도 하고 실제로 여러가지 글도 써보고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군가가 이오덕 선생님 책을 교재로 한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처음 책을 대할 때에는 책이 일단 두꺼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너무 어려우면 어떡하지, 그리고 국어학자인 분이 쓰신 책인데 너무 학술적인 부분을 다루어 우리들이 따라가지 못해 지쳐 버리면 어떡하지' 하지만 책을 읽어보고는 이런 걱정들이 다 부질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참 쉬웠습니다. 다른 글쓰기 책들처럼 마치 바른길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고는 그것에 맞추어 모든 것을 끼워 맞추는 글쓰기 방법을 요구하는게 아니라 선생님께서는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바라셨습니다. 그러니까 기술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좋은 예시 글들을 많이 보여주시면서 글에 대해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어긋난 글쓰기 습관을 바로 보게되고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전에는 선생님 말씀대로 유식병에 걸린 글쓰기를 해왔습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쉽게 쓸 수 있지만 괜히 어려운 표현을 일부러 찾아서 그걸 골라서 쓰고 그래서 제 글을 읽어보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비난하기기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모습입니다.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고 참 어리석은 모습입니다.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지금껏 쓴 것이죠. 평소에 생각한 글은 진실되게 솔직하게 써야한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솔직함이 지나치게 되면 혼자만이 가지는 상상이나 생각에 빠져 도저히 그글을 읽는 다른 사람이 봐서는 아무 것도 알 수가 없게 되어버리는 거죠. 제 글이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가졌던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단계 뛰어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했습니다. 덧붙여 자신을 표현할 때는 유식병에 걸린 글쓰기를 해서는 더욱더 남들이 알아줄리 없는 것인데 저는 지금껏 너무나 몰랐었고 그래서 유식병에 걸린 글들을 아무 생각도 없이 지금까지 끊임 없이 쓴 것입니다.
또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남의 글체입니다. 그전에는 내가 글을 쓰고 읽고 있으면서도 이게 순수한 우리나라 글체인지 그리고 이 말이 서양글체인지 일본글체인지 알지 못했는데 선생님이 쓰신 책을 읽고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남의 글체를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내가 글을 쓰고 읽는 데 좋은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쓴 글속에서도 저는 이 부분은 일본글체다 그리고 영어글체다 라고 얘기해줄 수도 잇게 되었습니다. 최근 문화관광부의 한자병용이라는 얘기를 신문과 텔레비젼을 통해 들었습니다. 우리 말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금에 한자를 우리가 다시 접하게 된다면 소중한 우리말글은 어떻게 될지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습니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예시글들을 책에 많이 실어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좋은 글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입니다. 보통 다른 글쓰기 책속에서는 예가, 오직 예을 위한 예가 전부였는데 선생님이 드신 예 속에서는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좋으 글, 그리고 교육, 문학, 환경, 사회 각분야에 대한 생각과 선생님이 가지시는 생각들을 조금씩 나타내어 예를 읽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하고 아울러 우리 어린 친구들 글을 많이 들어 제가 잃어버렸던 동심까지고 다시금 생각나게 했습니다. '나도 어렸을 때에는 이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을까?' 잠시 동안이지만 많은 것을 떠올려 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아주 작은 부분까지 마음 쓰시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무척 흐뭇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렵게만 생각되던 글쓰기를 던져버리고 마음으로써, 진실로써, 쓰고 싶을 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다가서서 가슴으로 글을 전한다면 우리는 최고의 글을 쓸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운 것이 이책에 대한 가장 큰 배움입니다.
저는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을 하루 빨리 모든 사람들이 알고 같은 뜻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더러는 어떤 이들이 선생님 글이 조금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요즘 세상모습에 맞지 않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선생님이 하신 말을 너무 한쪽으로 오해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가지신 뜻을 조금만 크게 생각하고 오늘도 엉터리 우리 말글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함부러 하지 못할 것입니다. 더욱이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고 다가올 새로운 날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말글이 가지는 힘을 안다면 더욱 그런 말들을 함부러 하지 못할 것입니다.
책 앞날개에 있는 선생님 사진과 알림글을 잠깐 보았습니다. 저는 선생님 나이가 칠순을 넘으셨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사진 속에 있는 선생님 얼굴이 잠시잠깐 아쉬운 제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건강하시고 좋은 생각들을 많이 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말 : 금방 마친 편지 속에서도 한자어를 쓰지 않고 예전부터 쓰는 우리말만 하기는 제마음을 나타내는 것에 많은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게 모두 우리말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런것 같습니다. 우리말 공부 좀 해보아야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99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