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 거룩한 삶의 은밀한 대적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게으른 선비 책장 넘기기"라는 속담이 있다. 글 읽는 데에는 별로 마음이 없고 얼마나 남았나 책장만 뒤적거리면서 그 일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는 모양을 풍자하는 옛말이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게으름'이 인간 삶에 좋지 않게 작용한다는 것을 경고하는 속담이나 우화가 많다.

 물론 '바쁨이 곧 성공'이라고 여겨지는 속도의 시대인 이 현대에서 사람들의 인격과 삶을 탈진시켜 버리는 그 '바쁨의 중독'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가 공감을 얻고 있으며, 그러한 '느림의 미학과 철학'이 매우 타당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것이 강조하는 것은 일과 쉼의 균형 내지 삶의 아름다운 여유이지, 극단적인 성향으로서의 게으름 자체를 예찬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 자신 안에 이 게으르기 쉬운 내면적 속성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하여 그 악덕(惡德)으로 인해 좋지 않은 삶의 결과를 거둘 때가 허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그러한 내면적 성향을 겸허하게 인정하면서 그러한 게으름의 해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훈들을 마음에 새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교훈들을 잘 담아내고 있는 저서로서, 김남준 목사의 최근 베스트셀러『게으름』을 깊이 있게 정독해 보면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우리 내면의 상태를 조명해주고 점검해 주는 탁월한 교양서로서, 우리 삶에 자리 잡고 있는 게으름을 뿌리 채 뽑아주는 고마운 고약과 같으며, 우리의 마음을 신선하고도 새롭게 해주는 청량제와도 같다고 하겠다.

 특히 저자는 게으름의 본질적인 속성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진단하고 간파한 후, 그것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퇴치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게으름의 뿌리와 원인은 빗나간 자기 사랑이며, 그러한 자기 사랑은 대부분 정욕을 따라 사는 삶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결국 게으름은 우선 맡겨진 소중한 일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게 하며, 더 나아가 의무를 저버리는 단계로 심화되고, 최종적으로는 자아 중심적인 쾌락적인 정욕을 추구하는 삶으로 이어져, 자기 파멸에 이르도록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인터넷상에서 유행되고 있는 신조어 '귀차니즘'을 한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귀차니즘'이란 일종의 신세대적인 라이프 스타일로서 말 그대로 "어떤 일에 대하여 행동하기를 꺼려하고 귀찮게 여기는 삶의 양태"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물론 이 '귀차니즘' 또한 '느림의 철학'과 관련하여 건전한 삶의 여유를 강조하는 정도라면 괜찮은 것이겠지만 이것이 만약 '악덕으로서의 게으름'에 대한 다른 표현이라면 이 역시 건강치 못한 삶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챨스 R. 스윈들(Charles R. Swindol)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우리 마음에 찾아와 삶에 대한 건전한 의욕과 열정을 앗아가곤 하는 전문적인 도둑(professional thief)이 있다"라고 하면서, 그 도둑의 이름은 바로 '내일로 미루기'라고 언급하였다. 즉 일 자체를 귀찮게 여기면서 미루는 게으른 태도가 삶에 꼭 필요한 열정을 식게 만들어, 결국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앗아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에도 역시 강조되어야할 삶의 가치는 '성실(誠實)'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혹여 사람들에게 진부한 덕목인 것처럼 보이고, 빛 바랜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실상 그것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변함없이 빛나는 가장 아름다운 보석인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에서부터 모든 아름다운 삶이 나오며, 진정으로 보람된 삶의 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가 이 책을 통해 그 참된 행복의 맛을 만끽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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