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종말 - 무너지는 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
닐 포스트먼 지음, 차동춘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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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교육 붕괴, 학교 붕괴에 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드높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매년 6∼7만명의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뛰쳐나오고 있으며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중, 고등학교 교육현실에 대한 전국 가구 만족도 조사에서 80%가 학교교육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학부모의 44%는 자녀가 등교를 거부할 경우 학교대신 다른 교육방법을 찾겠다고 응답하였다.

어떤 이는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그러한 학교 붕괴는 다름아닌 교실 붕괴이며 그것은 교육의 방법을 현대적으로 맞게 개선시키고 수업의 사태를 흥미롭게 구성하여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제고시키면 해결될 수 있다'라는 정도로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있다. 물론 일리있는 말이며 교육 방법에 있어서도 적절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지 방법 정도만을 바꾸기만하면 된다는 식은 매우 단순한(naive) 접근 방식임에 틀림없다.

사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보다 심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교육의 목적이 상실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닐 포스트먼의 저서 <교육의 종말>은 우리에게 교육 문제를 그 뿌리부터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통찰력을 전해주고 있다.

먼저 저자는 학교교육의 진정한 목적이 아닌 것들로서 경제주의, 소비주의, 기술주의, 분리주의 등 네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경제주의적인 효용주의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데, 사실 경제적인 상승 가치를 가져다준다는 신(god)은 현재 우리 사회의 제 영역들에서 최우선으로 숭배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에 관하여 우리의 학교 교육 역시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의 학교교육 역시 경제주의 혹은 효용주의라는 우상에 의하여 '세속화'되버린 것이다.

이 '세속화'라는 말은 순수해야할 학교교육이 그 본질을 잃어버리고 오도되어 세속주의적인 가치관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우리의 입시 풍토와 학벌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한 것들은 분명 오늘날의 경제적 효용주의와 관련되어 있다. 그리하여 학교 교육에 침투한 효용 논리는 비정한 제로섬 게임을 야기시켰으며 학생들의 인성을 회복시켜야 할 학교는 오히려 인성을 왜곡시키고 경쟁주의적인 비평화구도를 정착시키는 장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뿌리부터 심각한 우리의 교육현실을 통탄해 하면서 저자가 본서에 우리에게 제안하는 바를 깊이 있게 숙고해보아야만 한다. 그는 '우주선 지구호'라는 상징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세계 평화공존 수호자 양성'을 교육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즉 우리는 지구호라는 한배를 탄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지구 전체를 아끼는 책임감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생명들을 돌보고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고학, 인류학 그리고 천문학 등에 최우선권이 주어지도록 과목 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목들을 통해 지구를 위한 새로운 관점이 계발되고 폭넓은 세계관을 얻게 되며, 인류의 사명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으로서 서로에 대한 가치를 존중해주고 협동적인 상호의존을 알게 하는 그 자체가 교육의 목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므로 비평화가 만연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교육의 원래 목적이 회복되어 서로 돕고 배려하는 그 사랑이 사람들 마음안에 충만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학교는 장애우 등 소외된 이웃들을 먼저 섬길 수 있는 마음을 고양시켜주고, 협동학습을 통해 함께 성장해나가는 삶의 의미와 행복을 누리게 하는 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화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실행되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근접 지역과 전세계 이웃을 향해 순수하게 사랑하고 돌볼 수 있는 인성을 품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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