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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식회 필사노트 - 햇빛을 받은 꽃처럼 마음이 건강해지는 시 모음
김재우 엮음 / 테크빌교육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에는 자연스럽게 잡았던 필기구를 직장인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잡는 게 참 어색하다. 그떄는 연필에 손에 붙어있는 것 같이 자연스럽게 한 자 한 자 써내려갔었는데, 이제는 잡은 손도 어색하고 글씨는 더더욱 어색하다(안 예쁘다가 더 어울리는 표현일 수 있다).
매순간 반복하는 연필어색해 순간을 타파하고, 퇴근 후 시간을 가치있게 쓰고 싶어서 필사를 한 지 두 달 째에 접어든다. 그동안은 부침이 많았다. 필사를 하면서 영어 공부도 해보겠다며 좋아하는 책의 원서를 필사해보기도 했다.(영어공부는 그냥 영어 공부 따로 하는 게 좋다) 스무 페이지 가량 하다가 그만두고 그날 그날 읽는 책들을 필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 그날 읽는 책들은 내가 이전에 사놓은 책들이고, 그 책들의 표지를 열어보면 생각보다 좋기도 하고, 되게 재미 없거나 안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읽은 게 있어야 쓰기도 한다. 마음에 안 드는 책이라도 쓰기는 쓴다. 그러면 쓰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이 문구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와닿아서 쓰고있는가? 쓰기 위해 쓰고 있지는 않은가? 시간을 유용하게 쓰기 위해 필사를 시작했는데, 필사를 하기 위해 필사를 하고 있지 않는가? 자문하던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다양한 사람들의 책 취향 또한 다양하다. 사실 시를 즐겨 읽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추천이 담긴 시를 읽고, 그걸 쓰면서 이게 좋나? 왜 좋지? 어떤 점이 좋지? 자문하면서 손은 움직인다. 혼자 읽으며 마음에 안들어ㅠㅠ라고 울지 않고, 하고 많은 시 중 이 시를 좋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쓴다. 분명 혼자 하는 취미이지만 다른 이와 맞닿으려고 노력하면서 하는 취미가 된다. 그러다가 또 다른 이가 이 시가 좋다며 어떤 시냐고 물어보면(현재 필사 인증샷 찍는 밴드에 참여 중이다.)이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네, 어떤 시였더라 하며 다시 돌아보게 된다.
안 먹어본 것도 먹어 보아야 참맛을 알고, 안 읽던 것도 읽어 보아야 참맛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다만 왼쪽 시 원본을 그대로(줄바꿈 포함) 따라 쓰고 싶은데, 줄 수가 부족해서 똑같이 줄바꿈을 할 수 있는 때가 있다. 그 부분은 아쉽다.
그리고 종이 질이 좀더 두꺼워도 될 것 같다. 펜으로 쓰다보니 좀 뒷장이 비친다.
그래도 재미있다. 오늘은 왼손으로 필사하기를 해보았다.(책 미션에 있음) 못 쓴다고 생각했던 오른손 글씨가 세상 예쁜 글씨다.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