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친구와는 말이 안 통할까? - 우기기 선수들 때문에 부글부글 끓는 너에게
매슈 사이드 지음, 아쉬윈 차코 그림, 백지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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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만 보고서는, 판타지를 가미한 명작동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이 안 통하는 어떤 빌런이 있고, 그 빌런이 역지사지의 상황을 겪으면서(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새로운 사람이 된다는 그런. (그래서 이 책을 학급문고로 넣었을 때 다른 학생들이 저격용 책이 아닌가 생각할까봐 걱정하긴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자기계발서에 가깝다.(마침 카테고리도 자기계발이다) 그렇다. 책 제목의 ‘말이 안 통하는’ 친구는 남이 아닌 본인이 될 수 있으니,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하는 법에 가까운 책인 것이다.

  초등학교는 사회화 기관이다. 어린이들은 보통 본인들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정에서 벗어나,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행동규범을 익히고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을 마주한다. 가족과는 달리, 타인은 갈등 상황에서 봐주는 것이 없다. 속상한 일도 생기고 억울한 일도 생긴다. 그럴 때면 온갖 말로 타인을 비판/비난하게 되고, 마음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기도 한다. 그 뒷일의 책임은 일정 부분 본인이 감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말만으로도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차분한 태도로 이성적인 논리를 전개해나가면 상대방은 그것을 존중해 불합리한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조절해나갈 수 있는지. 이 책은 그런 갈등 조정의 방법을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게 적합하게 대화 형식으로 전하고 있다.(책 디자인은 어른이 보기에 좀 정신사납긴 하나 초등학생들에게는 적합할 것 같다)

  특히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제2장, 나는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와 “끝맺으며, 생각이 달라졌어도 문제없어!”이다. 제2장은 자신이 결정을 내린 것이 어떠한 외부요인(넛지 등)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는지, 그러한 영향으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들은 사람들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신의 사고 과정을 되짚어나가고 그 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 의심하고 점검하는 것은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또한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나에게 당연한 것을 남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 또한 깨닫게 한다. 

  끝맺음의 내용 또한 참 중요하다. 간혹 자신의 의견이 다른 사람에 비해 근거가 빈약해 밀린다는 느낌이 들 때, 온 몸의 피가 얼굴에 몰린 것 마냥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고 박박 우기면서 본인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지만 중요하다. 이것이 세상 중요하다는 것을 짚어주는 것이 마음에 든다.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는 것이 때로는 더 추해보일 수도 있음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다면 어른이 되어 이불을 차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이 책을 읽어 그런 일이 많이 줄어들 아이들을 생각하면 못내 부럽기만 하다.) 얼른 들고 가서 학생들 읽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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