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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일만 ㅣ 파란 이야기 10
김정미 지음, 오이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이혼한 부모와 쌍둥이 자매가 서로 각자의 역할을 바꿔 지낸다-는 익숙하다. 에리히 캐스트너의 <로테와 루이제>가 그 근원일 것이다. <로테와 루이제>에서 쌍둥이는 부모님의 이혼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 하고, 결국 그 둘의 재결합에 큰 영향을 미치게 한다. 그렇다. 그 당시 가정에 대한 관념, 즉 <부모와 아이가 모두 있는 가정이 행복하다>는 것이 적극 반영되었는지 결론이 재결합이다. 하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고, 재결합한들 애초 이혼을 한 그 원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80여년이 지난 후대의 우리들은 알고 있다.
<딱 3일만>은 <로테와 루이제>의 기본 설정과 유사하다. 하지만 두 이야기가 중심으로 여기는 가치는 다르다. 주인공인 라온, 제나의 부친이 의료사고의 충격으로 현실 적응을 어려워했던 것을 기폭제로 부부는 이혼한다. 모친은 첫째 라온을 데리고 재혼을 해 SNS 셀럽으로 부유하게 살고 있다. 부친은 둘째 제나를 데리고 바닷가 근처의 시골에 가서 산다. 둘은 SNS를 통해 서로 만나게 되었으나, 서로의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각자의 위치를 부러워한다. 이에 각자 3일 동안 서로 바꿔 살아보기로 하고 실행에 옮긴다.
라온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라온의 양육자인 모친은 라온이 그림 그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셀럽의 딸로서 고상하고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을 중요시한다. 제나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한다. 비범한 패션 센스로 스스로를 꾸미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고, 노래와 춤을 부단히 연습해 오디션에도 참가한다. 하지만 제나의 양육자인 부친은 그런 제나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라온제나는 따뜻한 가족 상봉을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은 양육자의 태도에 당황한다. 가족뿐만 아니라 학교에서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SNS 셀럽인 엄마를 둔 것으로 라온제나에게 각각 다른 양상의 갈등이 발생한다.
이 이야기의 시작에 SNS가 있는 것처럼, 빠르게 휘몰아치는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 또한 SNS다. 그것도 라온의 SNS다. 제나에 비해 소극적인 성격으로 그려진 라온의 행동으로 부모는 서로 바뀐 자녀를 알아보고, 학교에서 마주한 갈등들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미술학원 다니고 싶다”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한 라온의 행동이라 유독 반갑다. 그렇다. 사실 우리 주변(특히 교직에 있는 사람이라면)에서 접하는 SNS는 온갖 갈등, 분쟁의 현장이라 듣기만 해도 몸서리치게 하는 것이었으나, 원래 SNS는 자기 표현의 수단이었다. 라온이 공개로 전환한 그 계정에는 그들이 소중히 여기던 가족의 가치도 있었지만, 그들 스스로가 자신이 바라는 미래 모습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자기주장과 자아실현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다들 하니까 SNS를 하고, 그 곳에서 엿보이는 타인의 삶 일부분을 보고 부러워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자랑스러워하는 방향으로 자라나는 라온제나의 삶에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다. 자신을 스스로 규정할 줄 알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