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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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근처 나라라면 생활 풍습이 비슷하더라도 그리 놀라울 것이 없는데, 저 멀리 떨어진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우리와 비슷한 생활 풍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다.

 젖니가 빠진다. 젖니는 오래 흔들리지 않는다. 말할 때 젖니가 손에 떨어진다. 아이들이 젖니를 오늘 한 개, 내일 한 개, 어깨 너머 자신의 등뒤에 있는 풀밭에 던진다. 이가 날아가는 동안 아이들이 외친다.
  생쥐야, 생쥐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이가 풀밭 어딘가에 떨어져 없어지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아이들은 뒤돌아보며 그것을 유년시절이라고 부른다.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p.70> 

  우리도 어린 시절에 이가 빠지면 지붕위로 헌 이를 던지면서, 새 이가 빨리나길 기다리는데... 저 멀리 떨어진 유럽의 한 나라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생활풍습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또 한번 놀란것은 '유년시절'이라는 것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구나 라는 사실에 놀랐다.
  헤르타 뮐러의 작품은 <숨그네> 이후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이 책이 두 번째 읽는 작품인데, 그녀만의 독특하게 글을 풀어가는 방식이 매력적이다. 
  우선 짧게 짧게 끊어지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장의 길이가 좋고, 노벨 문학상 받은 작품이라면 어렵거나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을 깨고 쉽게 읽을 수 있고, 다 읽고 난 뒤 무언가 남은 여운이 좋다.
  자신의 어려운 시절을 글로 표현했기 때문에 처음에 읽기 전에는 어둡거나 칙칙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자신의 힘들었던 시절을 아름답게 문학작품으로 꽃피워 냈구나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 어렵던 시간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며...
  지난번에 헤르타뮐러 작가팀 싸인회 간다고 그녀의 한글판 책 전부와 영문판 책을 모두 다 사질렀는데... 아직까지 다 읽지 못하고 쌓여있다. ㅠㅠ 이제 서서히 쌓여있는 그녀의 다른책들도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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