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형 남자친구
노희준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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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개의 소설이 모인 소설집 <X형 남자친구>. 아무래도 표제작인 <X형 남자친구>가 가장 인상 깊기는 했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읽기 전까지는 한 여자가 남자에 대해서 혈액형에 빗대어가며 그 사람에 대해서 평가하고 체크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맨 마지막 단락을 읽는 순간 씁쓸한 웃음이 밀려 왔다. ㅋㅋ
  그 부분을 발췌해보면....

  "아뇨. 처음부터 제가 찍었는데 그땐 오빠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싫댔어요."
  기분이 좀 좋아졌다.
  "이대리가 아직 그 여자를 못 잊었나봐? 혹시 그래서 고민인거야?"
  "그건 아니에요. 이제는 싫댔어요."
  기분이 다시 나빠졌다. 아니, 대체 왜?
  "벗겨보니까 열라 두꺼운 뽕브라를 하고 있더래요. 오빤 몸매 갖고 구라치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거든요."
  빅 바스트는 자신의 빅 바스트를 테이블 위로 한껏 들이대며 말했다.
<X형 남자친구 p.203 ~ p.204>

  남자가 과거에 만나던 여자는 이 소설의 주인공 여자이고, 빅 바스트는 주인공 여자의 회사 후배이다. 평소에는 여자 주인공이 여러 남자들을 올려놓고 저울질하고 평가를 하곤 했는데... 막상 자신이 그 도마위에 오르니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 졌다가 다시 말 한마디에 기분이 나빠지고 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애처롭다.
  그냥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 거리들도 이렇게 소설로 탄생 한다는게 참 신기하다. 
  작가는 책의 뒷부분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의 내용이 자신이 혼자 쓴 것이 아닌 친구들과 지인들, 오다가다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엮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너와 나, 그 '사이'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었노라고 말한다.
  이 책은 참 느낌이 일본의 약간 특이한 소설들(?) 느낌도 나고, 그치만 일본사람 이름이 아닌 한국사람 이름 '노희준'이라서 더 반갑다.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씁쓸하게, 코믹스럽게 펼쳐진다. 
  우리는 모두 일류가 되려고 하고, 주류가 되고 싶어 하려 하지만 이 세상에는 그런 일류보다 그 밑에서 받쳐주는 이류 삼류 사류 오류...의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이책. 특이하면서도 한국적인 소설이라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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