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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사냥꾼 - 역사가 돈이 되는 세계를 찾아서
네이선 라브.루크 바 지음, 김병화 옮김 / 에포크 / 2021년 6월
평점 :
희귀문서를 사고 파는 딜러의 이야기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인 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 밴저민 프랭클린 등이나 처칠, 에디슨,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등 역사를 바꾼 사람들의 서명이 들어간 편지 등 문서가 이 사업의 대상이다.
모든 골동품이 그러하듯이 이 일도 역시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다. 특히 편지의 경우에는 내용 상의 특별한 가치를 발견하여 그 가치를 크게 공감하는 사람에게 되파는 일이다. 저자는 나와 같이 홍보대행사 출신이다. 그러다보니 가치를 발견하는 일에도 탁월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발견된 가치를 언론을 통해 홍보하는 것도 뛰어나다. 홍보대행업의 핵심도 소비자들이 가치로 생각하는 것을 고객의 자산에서 발견하는 일이다. 그렇게 발견된 가치를 메시지로 소비자에게 다시 전달하는 일이다.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는 등 이탈리아 고어와 프랑스어도 독해 능력을 갖고 있고 희귀문서 딜러를 먼저 시작한 아버지처럼 역사에도 해박하다. 이 아버지는 저자가 어릴 때 야구선수카드를 수집하고 사고팔게 함으로서 조기교육도 한 셈이다. 컨택스트가 풍부한 사람이 당연히 남들이 잘 못보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공감도 맥락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그 편지를 갖고 있는 후손들이 모르는 맥락을 읽어서 그 가치를 발견하는 일들도 많다.
이 저자는 블링크!의 순간도 이야기한다. 한 가지 일을 10년 넘게 하다보면 처음 순식간에 하는 판단이 맞는 순간이 생긴다. 모든 데이터를 넣어서 판단하기 이전에 감과 느낌이라는 게 있다. 진짜와 가짜를 순식간에 판단하는 힘이다. 나도 홍보일을 20년 하다보니 블링크한 순간들을 느낄 때가 있다.
나도 어려서부터 모은 여러 연예인들의 사인들과 저자 서명을 받는 초판본 소설들이 있다. 또 내가 아시는 분들에게서 받은 그 분들이 쓰던 펜들도 있다. 희귀문서까지는 아니어도 그런 서명들과 문서 등을 수집하고 거래하는 일을 하고 싶다. N잡러인 나로서 +1 하는 셈이다.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도 강해지고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의 자산도 최고치에 달해있다. 요즘 그림 경매도 낙찰율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에게도 유명인들의 희귀문서 시장은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림회장도 26억원 주고 나폴레옹 모자를 사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관한 편지는 IT 스타트업 사업가가 사듯이 우리나라도 그런 매매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서들도 이제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후손이 갖고 있는 것보다는 그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소유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저자도 모든 것을 다 파는 것은 아니다. 개인 컬랙션으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초판본 책과 원고를 갖고 있다. 나도 주제를 갖고 컬랙션을 하고 싶다. 홍보인으로서 PR이 아버지는 에드워드 버네이즈의 기획안 문서를 구해보는 것으로 시작해볼까?
에포크는 새로생긴 출판사인데 기획이 괜찮다. 표지와 제목 등에서도 고민한 흔적이 많고 번역도 훌륭하다. 당연한 일인데도 요즘 놀라게되는 한 가지가 이 책에서는 오자를 찾지 못했다.
직업과 job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 꽤나 흥미로운 책이었다. 주변에 벌써 사서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