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으로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고 싶다면 이 책이 필요하다. 명색이 컨설턴트로 있으면서 스스로도 설득이 안되는 기획을 AE에게 강요하고 심지어 클라이언트에게 밀어부치는 일이 허다하다. 목표관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과학적인 설계가 필요한데도 그동안의 경험과 짬밥에 의해서 기획을 하고 또 근거가 있는 믹스가 아니라 최근에 익숙한 툴을 배치하곤 한다. 가끔씩 똘똘한 AE가 납득이 안간다는 표정으로 쳐다볼 때는 좀 민망하긴 하다. 그럴 때마다 나의 설명이 장황해지니까. MPR의 비중이 홍보대행사마다 늘어나면서 목표와 평가보다는 즉각적인 성과에 급급해지고 그러다보면 과학적인 근거에 따른 툴과 프로그램을 찾기 보다 기존 네트워킹이나 해본 프로그램 중에서 비슷한 것을 찾아 실행한다. 이러니 클라이언트는 다양한데 모두 한 잡지에 우르르르 실리고 다른 클라이언트의 AE들이 하나의 TV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들과 실갱이를 벌인다. 이게 아닌데 생각이 들면서도 "더 좋은 프로그램있으면 얘기해봐. 너희들은 아이디어가 없어!"라는 목소리 큰 상사 앞에서는 주눅이 든다. 시청율도 모르고 PPL을 들어가고 잡지 매체 분석도 없이 인터뷰 자료를 보낸다. 저자는 위와 같은 상황의 AE들에게 복음(기쁜 소식!)을 전한다. one-argument-and-one-ground를 외친다. 모든 기획의 주장 한가지에는 반드시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너무 당연한 얘기가 아닌가. 그런데 PR실무를 10년이 넘게 한 나는 왜 이 말이 새롭게 들리는 걸까? 또 저자는 PR은 사회과학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조사방법론과 사회과학분석론을 거듭 강조한다. 이것도 역시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PR이 사회과학이 맞기는 한가? 책의 제목은 '실행이 탄탄해지는 PR기획'이고 부제가 "피말리는 홍보세계에서 살아남는 PR혁명"인데 리뷰를 한 커뮤니케이션플러스의 이현아 AE가 책에서 밝혔듯이 "적용하는 데는 다소 갭이 있다." 매일 매일 우리가 부딪히고 있고 고민하고 있는 PR 과제들이 어디 사회과학적 소양이 부족하고 SPSS를 돌리리 못해서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내일도 조선일보 생활면에 실린만한 기획기사 아이템을 고민해야 하고 중앙일보 프리미엄과는 현금과 현물을 어떻게 배치해야 비용 대비 PR Value가 6배는 나올까 정해야 하고 드라마 화면 저 안쪽에 찌그러져 있는 제품의 이미지를 캡쳐하여 반신반의하는 클라이언트에게 효과를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홍보대행사의 매일 매일 비즈니스에서 이 책이 보다 의미를 지니려면 AE에게, 아니 클라이언트가 좀 더 여유가 필요할 것이다. 초보 수준의 논의를 하다보니 책 내용의 예가 너무 상식적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 정도의 그라운드라면 3년 차 AE가 직감으로도 근거를 가질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난 이책을 우리 AE들에게 사주고 싶다. 항상 직관에 의존하고 네트워킹으로 먹고 사는 우리 노땅들에게 AE들이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따지게 하여 AAE와 이사가 함께 가설을 세우고 함께 해결해 갈 수 있는 PR기획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보다 풍부하고 근거있는 PR을 위한 저자의 노력이 계속해서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