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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나라 이름은 '전쟁' ㅣ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에마 루이스 지음, 김배경 옮김 / 책속물고기 / 2019년 3월
평점 :
1. 프랑스 '베이외 태피스트리'를 모티브로 그림책을 만들어 그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2. 'Earl (백작)'과 'Duke(공작)'을 사람 이름처럼 '얼', '듀크'라고 번역했는데, 그냥 백작, 공작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네요. 얼, 듀크라고 하니 어른이 보기에도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데, 공작이라고 했으면 그쪽이 노르망디 '공국'의 윌리엄 1세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테고, 아이들도 백작, 공작이라 해도 귀족의 칭호구나 하고 다 이해합니다. 아이들에게 작위명이 어려워 이름으로 하고자 했다면 작가도 '헤롤드', '윌리엄'이라고 했겠지요.
3. 사실 '베이외 태피스트리'는 정복 전쟁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작품인데, 여기서 영감을 받아 어린이용 그림책을 만들다 보니 필연적인 모순이 발생한 듯하네요. 텍스트는 '전쟁 나빠, 평화 좋아'를 말하고 있는데, 그림은 전쟁을 칭송하는 베이외 태피스트리의 서사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전쟁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야 하다 보니 성공한 정복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조차 바꿔서 "둘 중 누구도 임금이 되지 못했다" -> "다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라고 해 버려 "엥? 이거 헤이스팅스 전투를 다룬 거 아니었어?" 이렇게 되어 버리네요.
거기에 결말에 가선 축하 행진을 벌이는 것으로 끝나니 태피스트리의 원래 취지와 맞아 떨어져, 뭔가 중간에 평화 검열 짜집기가 이루어진 듯한 느낌이 들고 마네요.
평화가 갑자기 튀어나온 누군지 모를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인지 모를 경로로 이루어지는 거라면 이 책의 주제가 '평화'가 맞을지?? 그리고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왜 나라 이름을 '평화'도 아닌 '전쟁'으로 짓는지??
영원히 정복당한 민족 영국인으로서의 작가의 평화 정체성 혼란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