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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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의 소설은 확실히 문제적이다. '문제적'이라 함은 김영하가 지적하듯이 그의 독특한 문체가 거느리고 있는 새로운 소설적 미학과 그의 소설 속에 내장되어 있는 예리한 시대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그의 소설은 '웃기다'라는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절박하다'거나 '슬프다'와 같은 감정의 농도가 짙은 언어들 사이를 종횡으로 운동한다. 感動, 이라는 말,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내 안에 있는 어떠한 것이 움직인다(動).

  이러한 움직임은, 처음에는 우주(박민규는 유독 우주라는 말을 많이 쓴다)로 탈주하고 싶은 선을 그리다가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지구' 즉,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이 땅의 비루한 현실과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러한 긴장의 힘이 냉장고에 들어갔던 12억 중국인들을 카스테라로 만들고(「카스테라」) 부박한 이 시대의 가장을 '기린'의 모습으로 변모시킨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이 지루하고 지루한 '문학소음'의 시대에 박민규의 소설을 읽는 일은 그 소음들을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그 소음들 너머에서 마치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냉장고'(「카스테라」)처럼 우리의 뒷통수를 스스로 치는 일이다. 펑, 이거나 퐁, 이거나 그것이 어떠한 소음이든간에 박민규의 소설을 거치고 나면 그것은 하나의 소리가 된다. 음악이 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을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 음악에 리듬을 탈 몸, 이면 충분하다. ‹š때로 터지는 폭소나 저릿저릿한 설움 같은 것은 소설을 접하는 당사자에게 박민규가 선사하는 환한 빛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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