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인정받기까지의 그 지난한 과정. 우리 속담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 낸다’라는 말이 있다. 굴러온 돌의 입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새로운 세력에 빼앗긴 데에 대한 냉소적인 풍자가 드러나는 경구다. 이렇듯 한 사회가 축적한 지혜와 경험의 보고라는 속담에서도 드러나듯이, 기득권층의 자신을 자리를 지키려는 텃세는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인류의 기본적 속성인 듯하다. 이 책 ‘의사들의 전쟁’은 의학 분야에서의 그러한 텃세에 대해 저항했던 의사들의 치열했던 투쟁과정을 그린 책이다.전쟁이라는 극단적 표현이 제목에 포함되었을 만큼 그들의 투쟁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인물별로 나누어 서술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의사들은 정말이지 새로운 사실을 인정받기 위한 고단한 과정을 거친다. 나중에는 결국 사실임이 인정받지만 그러한 투쟁은 기득권층의 텃세가 새로운 진실을 알리려는 순교자적 자세로 임하는 의사들에게 너무나 소모적인 과정을 강요한다. 하지만 ‘의사들의 전쟁’은 그러한 투쟁을 그러한 험난한 고통을 겪고서라도 진실은 인정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투쟁에 앞장섰던 의사들의 에피소드 중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산욕열에 원인을 규명하고자 했던 제멜바이스의 에피소드이다. 제멜바이스는 임산부들의 죽음의 원인이 청결하지 못했던 의사들이라고 주장한다. 시체를 해부하고 나서 소독하지도 않은 채 태아를 받았던 의사들의 청결관념은 무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그 결과가 처참했다. 하지만 제멜바이스는 무지로 인해 죽어가는 임산부를 위해 진실을 밝히지만 구닥다리 권위로 가득 차 있던 그 당시 의학계 고위층에 인정받지 못하고 남은 인생 모두를 그러한 진실을 밝히는 데 바친다.진실은 진실이기에 밝혀지고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가득 차 있는 쓸데없는 귄위가 그러한 진실을 입증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소모적인 투쟁을 강요한다면 그러한 권위와 텃세는 없어져야 마땅한 것이다. ‘의사들의 전쟁’을 읽는 동안 수도 없이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은 우리 사회 또한 이러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암울한 현실 비판이었다. 의학계뿐만이 아닌 사회 전반의 자신의 밥통을 지키려는 보수적 성향에 대한 쓸쓸한 냉소가 자꾸 맴돌았다.
동화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만 여겼다. 코흘리개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읽거나 그들에게 교훈을 주고 감화시킬 목적으로만 쓰여지는 유치한 읽을거리로만 여겼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달랐다. 초등학생이 읽은 감상, 중 고등학생이 읽은 감상, 대학생인 내가 읽은 감상이 모두 다를 정도로 참으로 다양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한 마리의 암탉 잎싹 드라마틱한 일대기는 그만큼 극적이고 강렬하다.잎싹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붙인다.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잎사귀'처럼 자신도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김춘수의 '꽃'에서 보여 지는 것처럼 존재의 의미부여와 일맥상통 한다. 이름을 붙임으로써 '나'는 비로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세상의 수많은 존재와는 다른 내가 된다.스스로 이름을 지은 잎싹은 알을 품어 새끼를 키우는 일을 갈구한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이러한 행위가 여성의 성역할을 고착화시키는 일로 비쳐질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자아실현 방법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견지에서 보자면 그리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간에 잎싹은 우여곡절 끝에 얻은 알을 정성스레 품어 부화시키고 초록머리를 훌륭하게 키운다.자신과 달리 꽥꽥거릴 수밖에 없는 초록머리를 그 어떤 친어머니보다 극진한 사랑으로 감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초록머리를 자유롭게 그들의 세상으로 돌려 보낸다. 그리고 자신은 아들을 위해 족제비의 빈 배를 채워준다. 남을 위한 희생, 그 관계가 어머니와 아들이든 친구 사이든 간에, 인간의 삶에서 아니 생명이 있는 존재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 아닐까?잎싹의 삶은 아들을 위한 희생으로 점철되지만 그것은 자신을 위한 삶이기도 하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인간의 삶을 가장 보람되게 하는 것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잎싹의 삶이 건네주는 감동은 결코 작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로 삶을 바꾸어 '나'를 찾았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