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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평점 :

단순한 종이 뭉치에 불과한 책 한 권을 통해서
저자와 독자, 두 사람 간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건 그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책 속에 담긴 저자의 목소리를 독자가 접하면서
책 속의 이야기가 독자 자신의 이야기로 재탄생 된다는 건 또 얼마나 경이로운가?
지식 전달을 위해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 혹은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
책의 종류마다 그 목적은 다르지만 결과는 모두 같다.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저자와 독자가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늘날까지,
'책'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것이 책의 묘미이자 매력이다.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는 저자가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 편, 두 편 모아놓은 서평들을 묶어 발간한 책이다.
다른 사람의 독서기록을 보는 것, 그것은 다른 이의 일기장을 보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일이다.
독자는 책을 읽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경험과 책의 내용을 혼합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평은 일기 못지 않게, 삶의 단면을 드러내 보이게 된다.
이 책은 저자와 독자의 교감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가 읽은 총 35권의 책이 그녀의 삶과 버무려져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된다.
저자는 '삶, 관계, 일, 꿈, 감정'이라는 총 다섯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자신의 독서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저자가 풀어놓는 소소한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이런 삶을 사는 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나 뿐만은 아니구나.'라며 안도한다.

저자는 <내가 버린 여자>를 읽고
'사랑하는 자가 약자'라는 사랑에 대한 상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사랑을 하는 쪽이 더 강자라고 말한다.
사랑을 받는 쪽이 더 행복하고 그 관계에 있어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랑의 유지와 끝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사랑을 하는 쪽이다.
사랑을 받는 쪽은 준 것이 없으니 그 사랑이 끝났을 때 남는 것도 없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있어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는 건 참 우스운 일이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사랑을 할 때 자신이 강자인지, 약자인지 따지게 된다.
참 아이러닉한 일이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둘만의 추억을 만들고
때론 상대방 때문에 울고 때론 상대방 덕분에 웃고..
사랑의 강자와 약자가 누구인지 따지기 이전에,
사랑에 관한 문제는 아직도 내겐 너무 어려운 것 같다.

한편 저자는 <침이 고인다>를 읽고 자신이 서울에 처음 상경했을 때를 떠올린다.
어느 날 무작정 찾아온 후배와 함께 동거하는 이야기를 다룬 <침이 고인다>처럼,
저자 역시 어느날 갑자기 걸려온 후배의 전화로 인해 동거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
이는 단순한 동거일 수도 있고, 크게는 결혼일 수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동거에 있어 석 달은 가장 큰 고비인 것 같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데 어찌 쉬울 수 있으랴.
기실 가족들도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고 서로의 방식에 맞춰가가면서
결국 서로에게 익숙해져 무난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조금만 서로 견뎌서 가족처럼 따뜻하고 안락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그까짓 것,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 * * * *
이 처럼 저자는 우리 삶에서 사소하게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자신의 독서경험을 통해 풀어놓는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모든 일들은 결국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는 일들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여기서 교감이 이루어진다.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라는 책 표지의 문구처럼
오히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이기에
더 마음에 와닿고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책 제목에 왜 '목요일'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간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는 시기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목요일'을 넣어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고 한다.
자신의 글로 독자들의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주기 위해서이다.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에는 저자의 독서와 삶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무르녹아 있다.
저자의 독서 기록을 엿보면서 삶에 대한 또 다른 생각, 책만이 가질 수 있는 교감의 매력,
그리고 따스한 위로를 경험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