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가라앉은 뒤 - 재난 복구 전문가가 전하는 삶과 희망
루시 이스트호프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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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복구 전문가로서 수많은 유가족들을 만나다 보면 아무리 마음을 잘 관리하더라도 소진될 텐데 어떻게 그 감정들을 다루면서 일을 지속해나가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다소 착잡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지금은 루시 이스트호프의 강인함과 사려 깊음에 압도된 상태다.

죽음과 폭력의 경계에 똑바로 서서 멀리까지 내다보면서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이해하고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그저 감탄스러웠다. 이보다 단단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전체를 보고 일이 되게끔 하려면 몸을 혹사시킬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약한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화가 나고 속상했다. 루시 이스트호프가 편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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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는 아빠가 툭 하고 내뱉은 “누구든 해결을 해야지” 한마디를 내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지금 시간을 돌려 그 꼬마 아이를 만날 수 있다면, 네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여정 자체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도 알려주고 싶다. 네가 누군가에게 준 자그마한 도움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고. 혹독한 시간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음려와 안심이 되는 미소를 건네는 일에는 가치가 있다고. 나는 그 꼬마 아이에게 망자를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인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죽음 자체는 무엇을 뜻히는지 이야기해줄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유해 조각뿐만 아니라 그들이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에도 가치가 있다고, 도기로 만든 코끼리 인형이 누군가에겐 신성하게 느껴질 만큼 중요할 수 있다고, 대응요원들에게 알맞은 돌봄과 지원을 제공한다면 깊은 상처를 입지 않고서 사망자를 돌볼 수 있다고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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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스토리 - 성소수자와 그 부모들의 이야기,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성소수자부모모임 지음 / 한티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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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났다. 성소수자 당사자도 성소수자 부모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게 위안이 됐다. 끈질기게 소통하고자 하는 그 마음들이 연결되고자 하는 그 마음들이 그리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들이 뭔가 뭉클하게 느껴졌다. 나도 덩달아 연결된 기분.

듣도 보도 못한 일이 내게 또는 내 자식에게 일어나니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를 몰라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만든 이 책이 커밍아웃을 고민하거나 커밍아웃 중인 성소수자나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성소수자 친구 또는 동료 그리고 내담자를 둔 상담자에게도.

학교가 달라져야하는데 쉽지 않다. 내가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길벗체로 만든 명패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학교를 옮길 때마다 LGBTQ 관련 책을 구비해두고 기다리는 일 뿐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전문상담교사를 대상으로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 연수를 교육청에 요청하여 개설했다. 상담자들이 차별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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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밥과 노동, 우리 시대에 관한 에세이, 2022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교육 우수도서 선정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정은정 지음 / 한티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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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진 날씨에 읽으면 몸과 마음이 절로 따뜻해지는 글이다. 제목부터가 따뜻한데 글은 더 따뜻하다.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 글에서 그대로 느껴지는데 이게 은근히 위로가 된다. 이렇게 목소리 내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 좋은 글이란 좋은 사람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면서 읽었다.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사회와 연결지어 기록하는 것도 능력인데 그 능력이 탁월하시다. 뜨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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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 인간 - 낮과 밤이 바뀐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생체리듬과 빛의 과학
린 피플스 지음, 김초원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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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창문이 있지만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서 하루 종일 형광등 빛만 보다가 퇴근한다. 이렇게 살면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는 있었는데 “우리는 모두 지하에서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하니 안 읽을 수가 있나. 읽어야지!

굉장히 흥미로웠다. 일주기 리듬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되게 신선했다. 굳이 조명이나 안경까지 써가면서 일주기에 대해 신경 써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수면에 어려움이 있거나 건강이 좋지 않거나 운동선수일 경우에 일주기 과학을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살면 일주기 과학이고 일주기 조명이고 하는 것들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없는데 이 모든 게 자본주의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해는 매일 뜨는데 낮에는 햇빛을 보지 못하고 밤에는 빛 공해에 시달린다니. 빛도 계급에 따라 다르구나 싶어서 씁쓸했다.

햇빛을 자주 쬐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실천이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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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 멸종, 공존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임정은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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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한다는 것도 멋지고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기 위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고민하며 없던 길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모습도 너무 멋져서 계속 감탄하면서 읽었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다시 읽어도 좋겠다. 사람들이 ‘인생 책 인생 책’할 때마다 왜 저렇게 호들갑을 떠나 싶었는데 앞으로 누군가 인생 책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 책이라고 답하려고 한다. 나도 선생님처럼 뚜벅뚜벅 길을 만들며 걸어가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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