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왜 태양을 까맣게 그렸을까?
스에나가 타미오 지음, 배정숙 옮김, 최바울 도움말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책표지에 색으로 보는 아이의 심리와 재능이란 타이틀이 있어 호기심에 고른 책이다. 색채심리연구가이자 심리학박사인 저자는 일본에서 어린이 미술학원 - '자유표현 아틀리에'를 운영하면서 그림을 심리학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색채가 어린이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연구해왔다고 한다.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아이의 심리를 체크할 수 있다는 말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책을 넘기면서 아이들이 표현한 온갖 다양한 색과 형태, 모양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평소 6살 먹은 내 아이에게 생각과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게끔 하는데, 스케치북에 연필만 내어줄 뿐, 다른 일체의 그림도구를 지원해준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간혹 수채물감을 쓰고 싶다는 아이의 주장도 묵살하곤 했는데(이것저것 꺼내놓고 쓰다보면 금새 어지럽고 난장판이 되어서 청소하기 싫은 내 마음에), 첫 페이지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공작을 하거나 아이가 마음껏 창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잘못된 나의 모습을 발견한 기분이란.. 그야말로 아이에게 큰 죄를 지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1장은 색으로 나타나는 아이의 마음 편이다.
빨강은 몸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격한 심리 상태, 노랑은 주목 받고 싶을때, 희망을 가득 부풀어 올랐을 때, 초록은 여유를 갖고 성장하는 마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파랑은 공부하거나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 보라는 우울할때 아이의 내면에서 회복력을 작용하고 싶을때 사용한다고 한다. 분홍은 부드러운 기분을 재촉하는 색으로 즐거울 때, 사랑하는 감정이 생길 때 남녀 모두 사용한다고 하며 무지개색은 기쁨이나 고통, 즐거움과 슬픔의 감정이 중첩될때 표현된다고 한다.
흑백 - 색을 사용하지 않고 형태만을 그릴때 판단, 관찰, 이해 등의 사고작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 흑백만으로 선화를 그리는 것은 지적활동이 왕성해질때라고 한다.

색채가 감정이나 감성 등 우뇌의 활동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형태를 중심으로 한 흑백의 그림은 좌뇌 능력을활성화시키는 것이다. -p48

내 경우에는 처음부터 선화를 이용한 그림을 아이에게 강요(?)했기에 책에서 설명한 대로의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고, 형태를 채우는 색감의 질량을 아이가 이해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갖게 됐다.
2,3,4장에서는 그림을 통해 기르는 개성과 능력 편인데, 그림을 통해 아이의 마음과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 
내 아이는 아주 어릴적부터 자동차와 공룡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유치원에서 공룡박사라고 부를 정도로 공룡매니아로, 그림도 공룡그림만을 그려서 은근히 걱정이 컸는데,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캐릭터를 계기로 개성적인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한단다. 도감을 보면서, 장난감을 보면서 정확하게 그릴 수 있도록 끝이 뾰족해서 가늘게 그려지는 연필을 만들어줘야겠다.

유아 단계에서는 수채화로 색채의 재미를 만끽한다고 하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형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베끼기에 대한 흥미가 고조된다고 한다. 아이들의 우뇌와 좌뇌의 성장이 그림 그리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참 신비하고 오묘할 뿐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아이의 스케치북에 일절 부모의 간섭이 없어야 한다는 점인것 같았다. 그림을 더욱 잘 그리기 위한 지도를 하지 말아야 하며 아이들이 느낀 것을 표현하는 기쁨, 재치, 아이디어, 이미지를 형태로 만드는 창작의 감동과 성취감이 쌓여 아이로 하여금 창조성을 키워주는 것을 강조하는 느낌이 들었다.

5장에서는 그림과 관련하여 자녀교육의 QnA를 다루었는데, 나도 몇가지 도움되는 사실을 얻었다. 같은 그림만 그리고 있어요. 성장이 멈춘게 아닐까요? 편이나 갑자기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도 성장의 하나라는 도움말도 얻었다. 아이가 무서운 그림을 위주로 그릴때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에 대해, 집에서도 아이에게 창작 활동을 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한 조언도 얻었다.

색채심리에 관한 글도 있는데, 관련 지식과 경험이 전무해서 그런지 그림을 보고 이 그림의 상태가 무엇인지 끄집어내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의 그린 그림이 모두 똑같지도 않을 것이고 때론 그림의 설명이 그림과 일치하는 바가 많아 작위적인 설명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들기도 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미술시간에 그렸거나 만들었다고 가져오는 공작품들은 완성도가 높아서 누가봐도 선생님이 도와줬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되는데, 내 자신이 미술에 워낙 소질이 없다보니 아이에게 어떤 교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지 다소 막막한 느낌도 들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색칠공부 교재들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저해하는데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미 정해진 형태에 색칠을 채워놓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미술을 잘한다고 오해를 했었다는데 울화통이 터진다. 이 책을 보고 내가 달라졌다면 아이가 자신의 생각, 감정, 느낀 점을 그림을 통해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마인드를 갖게 됐다.

그래서 아이의 책상에 온갖 그림책과 학습지를 치우고 한장의 도화지를 올려놓고 온갖 다양한 예쁜 색을 준비해서 아이로 하여금 그림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수채화를 그리고 싶어했는데, 내가 귀찮다는 이유로 그러지 않았음을 무척이나 후회하게 됐다. 오늘 파레트와 물통을 사야겠다. 그리고 아이의 책상에 있는 것은 모두 치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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