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에 관해서 어릴적 즐거운 기억이 떠오르질 않는다.
눈내리는 크리스마스의 풍경, 찬송가를 부르는 사람들, 딸랑딸랑 종소리와 반짝반짝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 저편으로.. 떠오르지 않던 우울한 영상이 떠올랐다.
에디처럼 스웨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기억이 그것이다. 에디보다 좀 어린 나이였던것 같은데 내가 원하는 선물이 아니었기에 스웨터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투정하며 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울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련한 추억의 영상 퍼즐을 맞추면서 시작된 이 소설의 재미는 잊고 있었던 크리스마스의 동심을 잔잔히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을 다섯번 이상 반복해서 읽었는데 읽을때마다 약간씩 새로운 기분이 묻어난다.
처음 읽을 적에는 열두살 소년의 일장춘몽 해피엔딩을 다룬 성장소설이란 느낌이 들었다. 저자의 어릴적 체험담이 진하게 배인 소설이란 선입견이 발동해서일까. 그러다 엄마의 죽음을 시작으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에디와 난 일체의 심정이 되어버렸다. 에디가 내가 되고 내가 에디가 되어 버렸다.
빨간색 허피 자전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갖고 싶었던 에디는 자신의 기대가 박살나는 순간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피곤에 찌든 엄마를 졸라 집으로 가는 도중 자동차 사고로 엄마를 잃고 만다. 소중한 사람을 모두 잃어버린 어린 소년의 마음 속에 끓어오른 화는 분노의 질주가 되어 에디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진한 갈등은 격한 감정으로 발전되고.. 에디는 가출하는 것만이 그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발견임을 의심치 않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반짝 흥미를 일으킨 대목이 바로.. 엄마의 죽음이었는데 그것이 이 소설을 흥미진진한 구도로 이끌어가는 기폭제가 된다.

이 책의 또다른 절정은 바로 에디의 내면에서 선과 악이 치열한 갈등을 일으킬 때다.
사춘기 소년의 내면에 뿌리 내린 불완전한 자아가 긍정적인 성장을 위해 겪어할 할 상징을 옥수수밭과 모든 것을 집어 삼킬듯이 포효하는 거대한 폭풍우에 비유하는데 의식의 내면을 관조하며 감정은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표출하는 것이란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사랑임을 강조하는 러셀 할아버지의 일성이 내 귓가에 한없이 맴돌았다.

"에디, 너는 여전히 현재가 아닌 과거에 얽매어 살고 있구나. 하지만 네가 원하는 삶은 지금 바로 여기야. 삶이 그렇게 제멋대로 가게 내버려두어선 안 된단다. 넌 네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는 거야. 그건 네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지. 너는 안이 텅 빈 사람이야".

미드 덱스터 초입에서 도넛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텅 비었다고 자신을 관조하는 덱스터의 썩소가 떠올려진다. 거짓으로 포장된 페르소나를 곁에 끼고 살아가야 하는 척박한 삶의 가운데 러셀 할아버지의 일성이 내 귓가에 맴도는 이유는 나 역시 텅빈 사람이 아닐까 싶은 우려와 걱정, 불안감이 자리해서였다. 

유령들과의 조우, 시간 여행을 통해 자신의 선함을 되찾는 스크루지 영감처럼 삐뚤어진 에디의 심성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변화하는 테마는 영낙없이 <크리스마스 캐럴> 그것과 비슷한 판박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을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엄마의 죽음 이후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린 모든 것들이 하룻밤에 벌어진 꿈이라는 점에서, 밤사이 덜 착한 아이가 착한 아이가 되었다는 천진난만한 스토리가 사실 기분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러셀 할아버지가 한 말 중에서 인상깊은 말이 생각났다.

"사람은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존재란다. 대개 이 두가지가 조화를 이루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만, 때때로 사는 게 힘들 때면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압도해 버리기도 해. 돌아가신 아빠를 떠올리면 좋았던 일보다 나빴던 일만 떠올리기 쉬우니까.."

나는 때론 내안에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있다고 믿는데, 어릴적 즐거웠던 순간보다 별로 좋지 못했던 기억에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이었까. 난 여전히 현재가 아닌 과거에 얽매어 살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외할아버지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 에디가 토한 한 마디가 마음에 걸렸다.
"전 부자가 될 거에요. 내 아이들에게는 갖고 싶은 건 무엇이든 사주는 아빠가 될 거에요".. 어쩌면 에디가 겪었던 폭풍에서의 경험을 난 진득하게 체험하지 못한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진정한 나의 사춘기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다.

'누가' 되어 '무엇'을 할지, 또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는 일 말이다.

에디를 통해서 어린 나를 되돌아볼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