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혁명 - 제4섹터, 사회적 기업가의 아름다운 반란
유병선 지음 / 부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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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달동안 내 의식을 강하게 후리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  또한 이런 느낌의 연장선에 있다. 그 질문은 바로 시대가 발달해 잘먹고 잘살수 있는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데 비해 왜 윤리 의식은 척박해질까 하는 점이었다.
공동체적인 삶을 지향했던 과거에서 개인화로 치닫는 현대의 분열화 과정에서 생길수 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신자유주의 사유를 신봉하는 물질론자들의 직격탄에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뒷통수를 가격 당해 버린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유를 인식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린 탓일까?
보노보 혁명, 이 책이 내게 인상깊게 다가왔던 점은 영리를 추구하되 영리의 반사이익을 주주가 아닌 사회로 환원하는 착한 기업을 지향하는 일련의 새로운 무리, 단체들이 드세게 일어서고 있었고 이들 사회적 영리를 추구하는 이들의 눈부신 공익 비즈니스를  경의와 선망심이 가득한 눈망울로 쳐다보게 됐다는 점이다. 무슨 짓이든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나쁜 기업들의 염세적 농거리에 짙은 혐오감을 가진 내게 있어 이들은 참으로 별나면서도 참신했다. 사회적 기업의 결론은 성장보다는 분배를,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대안적 경제체제, 비정규직을 막을수 있는 탈양극화에 가까이 갈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이런 사회적 기업을 실현하는 이들의 눈부신 활동이 도드라진다. 

<죽음의 밥상>이란 책을 읽으면서 윤리 의식에 관해 새롭게 고찰하게 되었는데,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유럽의 윤리적 식품 소비가 미국보다 더 발전되어 있다"란 한줄의 글귀에서 시작됐다. 먹거리에 관해서 양심적 소비자가 있을 수 있을까 스스로 되물어 보게 됐다.
윤리 원칙을 무시함으로써 악독한 행위를 일삼는 기업에서 만들어진 물건, 가령 초콜렛을 먹을때 서아프리카의 일부에서 어린이들의 과도한 노동착취에 의해 생산되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고기를 먹을때마다, 먹기 위해 만들어지는 소를 위해서 온갖 항생제 투여와 비위생적인 가축 현장을 의식하는 사람들 또한 몇이나 될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파악하는 힘 그것을 알고 사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겨졌다. 그런 맥락에서 신자유주의 폐단을 문제 삼은 영국의 전수상 마가렛 대처는 "대안이 없다", TINA (There Is No Alternative) 라는 말로 일축했지만,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풀지 못한 숙제를 풀 실마리가 사회적 기업이라는 대안이 아니겠는가, 미래 가능성을 그들의 해법에 맡겨볼 만한 아름다운 혁명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1장은 사회적 기업가에, 2장은 사회적 기업에 포커스를 맞추었고 3장과 4장에서는 각각 사회적 벤처와 4섹터론의 개론을 설명하고 있는데 사회적 기업을 설명하는 예 하나 하나가 진한 영감을 던졌다. 사회적 기업을 실현하려면 풍족한 재정과 두둑한 인맥이 있어야 한다는게 간략한 감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던 우드가 사표를 던지고 빈민 지역에 도서관을 세우는 일을 할때 그의 비전이 아무리 훌륭해도 투자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었고 위시의 음악 교실도 일찌기 후견인을 만들지 못했다면 리틀키즈록을 설립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영리사업이 아니라도 비영리 활동에 기업가의 방식을 접목시킨 우드의 조직 방식(23쪽)과 사회적 기업의 실적을 수치화시켜 종합 관리하는 것도 부득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게 됐다(50쪽).  영리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비영리 사업의 성과를 도출시켜야 벤처 캐피탈의 재정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한 부분(211쪽)도 현실적으로 꼭 숙지할 부분이다.
예컨대 영리를 지향하는 기업의 사회적 지원이라면 모를까, 비영리 사회적 기업의 비용 충당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외국의 사회적 기업 사례를 보면, 사회적 벤처 캐피탈의 등장과 기부 문화가 주로 발달된 곳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었나 싶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비판과 고발에만 그치지 말고 사회적 문제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대안을 꿈꾸고 활동하는 젊은 모험가들의 역동적인 탐험을 갈망해본다.

국내에 잘 알려진 그라민 은행의 대안 사업은 전세계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 분야의 입지에 탄탄하게 불을 켰다.
사회연대은행의 도움을 받아 역경을 이겨낸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무지개 가게>란 책을 인상깊게 읽은 만큼 국내에서는 사회연대은행이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의 축을 이루고 있고 외국에서는 소액대출 온라인 중계 방식의 웹사이트 키바와 마이크로플레이스를 눈여겨보았다. kiva.org에 접속해보면 그야말로 지구는 평평하다란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볼 수 있고 쇼핑몰 카트에 물건을 주워 담듯 클릭 몇번을 통해 소액투자가 결정되면 가난한 사람들의 자활을 도울수 있다. 자신이 빌려준 소액의 돈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점 그리고 상환되는 돈을 보면서 서로의 희망을 확인할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장점이다.

착한 기업임을 증명하는 B랩 운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임을 공식적으로 알린다.
책에 따르면 B 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기업의 영리 이윤은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정관을 고쳐야만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유행처럼 쓰이는 요즘, 소비자들은 착한 기업과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것처럼 광고하고 흉내내는 기업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으면 <나쁜 기업>을 같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아울러 <보노보 혁명>을 읽으며 읽은 책을 잠깐 소개하면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 <아름다운 혁명 공익 비즈니스>도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수익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을 4섹터라 부른다. 4섹터를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모순을 바로 잡으려는 영리 기업 중심의 제 3의 길이라 표현한 것이 제일 맘에 들었다.

우리나라의 의료 보험이 충치 하나 뽑는데 1000달러를 훌쩍 넘긴다는 미국처럼 앞으로 그렇게 되어 간다는 정설이 지배적인 가운데, 저가 인공수정체 시술을 하는 오로랩과 소득별로 의료비를 차등 부과하는 아라빈드 병원 시스템이 매력 이상으로 다가왔다.
자국의 이익, 기업과 개인의 이익을 위한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가난하거나 가지지 못한 자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보노보 혁명은 우리 스스로가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불어 넣는다. 사회적 문제에 틈새가 있다면 거길 비집고 들어가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보노보 혁명의 첫걸음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책 제목에서도 신선한 영감 그 이상의 느낌을 발견하게 된다.
책 앞 표지는 한 손에 국화를 가득 안으며 미소짓는 보노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자존심과 기개를 상징하는 국화의 정직하고 단호한 진실이 가리키는 이미지란 무엇이던가. 자유, 평화와 우정을 소중히 다루는 선한 본성을 지닌 인간의 마지막 희망이 아니던가
세계화가 어쩔수 없는 대새라며 승자 독식의 시대임을 마냥 인정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의미의 세계화를 마음에 그려 보았다. 그것은 한층 삶의 질을 높일 것이며 좀더 적극적인 삶을 살려는 의욕을 불태웠다. 걱정하며 한숨만 내쉴 것이 아니라 혁신적이며 효율적,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아 내는 일, 그래서 보노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 작지만 강한 미래를 염원하며 우리들의 미래를 밝게 비춰줄 찬란한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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