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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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당혹감을 금치 못할 정도의 기분과 느낌에 사로 잡히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알던 나와 다른 사람이 알던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 되버리는 것이다. 마치 두얼굴의 사나이처럼, 내면에 자리한 분노가 파생될때 촉발하는 양상은 자신이 의도했든 그렇지 아니했든지간에 엉뚱한 사건을 일으키는 예가 많다.
얼마전 모녀를 무참히 살해하고 자살을 기도한 야구선수가 그런 참혹한 사건에 해당하지 않을까? 평상시 상상할수도 없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할수 있는 것은 마치 유령에게 빙의당한채 자아를 상실한 것과 다름아니다. 내 스스로도 말로 설명하지 못할 당혹스런 분노와 마주하는 경험을 간간이 겪는데, 바로 이 책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우리 각자 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의 정체를 이해하는데 꽤 쓸모있는 도움을 준다.
 
"우리가 평소 무시하고 억압해온 그림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인간의 전일성을 회복할 수 있다. 저자는 그림자와의 대면을 통해 모순과 갈등을 극복하고 완성된 삶에 이르는 과정을 알려준다."
 
150페이지도 안되는 아주 얇은 책인데, 이 책을 보름 넘게 읽고 있다.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책에서 통찰하는 그림자의 내면을 상상하고 마주서기에 따르는 고통과 두려움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신의 그림자를 감당할수 없게 되면 우울한 우리 내면의 그림자를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고 모든 문제를 타자로 돌리기에 역사적으로 우울한 전쟁의 양면은 늘 반복되어 왔던 것이다.
 
자아가 성장하면 할수록 그림자도 성장한다는 것이 저자의 요지인데 이때 그림자는 내면의 어두운 심리적 측면을 일컫는 용어다.
자아란 무엇일까? 자아, ego는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자신, 자기가 누구라고 인식하는 자신의 모습이다.
그림자는 우리 자신의 일부지만 보려 하지 않거나 이해하는데 실패한 부분이다. (17쪽)

생각해보자. 현대는 치열한 자기계발을 요구한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직장에서 라이벌과 싸워 이겨야 하고 가정을 일구고 사회적인 성공과 돈을 거머쥐길 원하는 세상으로 되고 있다. 우주가 신의 안배로 만들어졌다면 사회는 기득권의 안배로 철저히 조작된 매트릭스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유괴와 살해가 난무하고 불신과 증오로 가득찬 쓰레기같은 사회로 되어 간다는 것이 정말 우울하기 짝이 없지만 어둡고 우울한 내면의 그림자를 정화시킬 사회적 장치는 요원한 소원에 불과하다.
 
테이큰 이란 영화를 봤다.
딸이 납치당한 아버지의 분노를 이 영화에서는 시종일관 폭력을 통해 구제한다. 아버지가 전직특수요원이었길래 망정이지, 평범한 이땅의 부모들은 어떻하라고. 이 영화에서 가장 숨막혔던 대목은 후반부에 납치당한 딸이 감금된 요트를 뒤따라 질주하는 자동차의 추격신인데 주인공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었는데 거센 엔진음이 들릴때마다 그의 그림자가 터트리는 분노의 역류에 질식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결국 모두 죽이고 딸을 구해냈다. 딸 하나를 구하기 위해 그가 죽인 사람들은 수십명에 이른다.
딸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불사할수 있다는 논리는 마치 부시대통령이 자국인의 테러 구제를 위해서라면 무수히 많은 인명들을 죽여도 좋다는 어두운 그림자의 투사를 보는 것과 같았다.
 
햇빛에 비친 내 모습이 클수록 그림자도 클 수 밖에 없다. 그림자가 싫다고 억지로 지울수는 없다. 억지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는 것을 거부할 뿐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듯이 다른 사람이 내게도 투사할수 있다. 싸움을 해야할까? 피해야 할까?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살펴보라 권하고 싶다.
자신도 모르게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하고 있었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앞으로 난 그림자와 자주 만나게 될 것이며 두렵더라도 피하진 않을 것이다.
그람자 투사에 대응하는 힘을 갖고 싶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다음 단계의 성장은 바로 그곳에서 일어난다" (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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