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힘, 듣기의 힘
다치바나 다카시.가와이 하야오.다니카와 순타로 지음, 이언숙 옮김 / 열대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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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란 책을 인상깊게 읽은 후로 다치바나에 관한 관심이 깊던 터에 다치바나가 지었다는 이 책을 즉시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읽기와 듣기의 힘이 얼마나 지대한 지를 절실히 공감했기에 자간의 여백과 한 자락의 터울도 흘림없이 순수하게 경청하는 힘이 무엇인가 기대가 컸던 터였다. 책 뒷장에 "21세기 읽기와 듣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라고 자부한다"고 하는데 기대에 비해 못미친 아쉬운 책이란 느낌이 더 컸다. 리뷰 후기에 별점을 3개를 줘야 하나 4개를 줘야 하나 자신없는 선택을 해야 할 판국이다.

첫째 이 책은 다치바나외 가와이 하야오, 다니카와 순타로 3명의 인터뷰 간담회를 기록한, 정확히 말해 그림책,아동문학 연구센터 주최 10회 문화세미나의 내용을 기록한 어록이다.
둘째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인터뷰 틀에 짜여져서 깊은 숙성의 맛이 없다. 고로 풍부한 통찰적 지식을 안겨준 책이라 보기 어렵다.
세째 이 세명의 인터뷰 중에서 개인적으로 다치바나의 어록이 제일 실망스러웠다. 그의 저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느꼈던 책의 열정은 직업적 호기심에서 촉발된 지력이었고 평생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지적 편향심에 좋은 이미지를 갖기 힘들었다.
네째 노골적으로 다치바나의 저서 <에게-영원회귀의 바다> 광고를 많이 한다. 처음 한두번은 IO비율을 따져가며 좋은 책이 나올수 있던 배경을 설명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자신의 책이 좋다는 염치스런 광고는 책장을 넘길수록 짜증스러움이 커져간다.

이 책을 통해 다치바나 보다 가와이와 다니카와를 알게 된 것이 도리어 큰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카운셀러인 가와이는 그의 경험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말하면 들어라, 말하지 않아도 들어라" 상담하러 온 사람이 하는 말을 참을성 있게 들을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해본다.
우리는 일상 생활 중에 많은 말들을 주워 듣지만, 그에 못지않은 많은 말들을 내뱉는다.
내경우에도 들은 말만큼이나 도로 내뱉고 싶은 말로 주체하기 어려운 판국에 남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카운셀링에도 연구자와 예술가, 승부사라는 3요소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을 들어 카운셀링의 기술, 듣기의 힘을 알고 싶다면 이 책에서 가와이의 말을 잘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카운셀러도 그 자신의 말을 들어줄수 있는 카운셀러의 존재, 즉 슈퍼바이저가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가와이의 슈퍼바이저는 모차르트와 바흐다. 섣불리 조언하지 않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이렇게 해볼까' 또는 '다시 시작해보자' 라는 희망을 갖게 해준다고 한다. 따라서 생생한 음악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하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라이브 음악에 무관심했던 나의 취향에 관해 신선한 고민을 던져줬다.

이 책에서 읽기와 듣기의 화두는 단연 인터넷의 트렌드로 방향을 바꾸어 갈무리한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다치바나의 딴지가 압권이다.
인간의 뇌를 속독이란 멋진 방법으로 활용하는 다치바나의 실용독서는 정평이 나있는 것이지만, 그에 비해 발효되지 않은 술을 미처 마셔버리는 동시접속 회의와 같은 블로깅의 회의를 제기하는 가와이에게 인간적인 매료를 느끼게 되는 것은 왜일까?
자신의 일 이외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읽는 가와이씨나 서평란을 보면서 문득 느낀 감으로 책을 선택하는 다니카와씨의 독서법이 지금의 나와도 훨씬 부합되는 일이 많다. 자신의 실생활에서 뭔가 문제가 있을때, 책을 주로 읽었을때 느끼는 책의 한계에 대한 질문 역시 다치바나의 동문서답이 인터뷰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틀어버린다. 아쉬운 구석이 아닐수 없다.

이 책에서는 듣기와 읽기에 관해 이인삼색 각각 다른 과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운셀러이자 임상심리학자로서 말로 표현하지 않는 부분까지 감각적 듣기의 자세를 알려주는 가와이, 인터뷰어로서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질문의 강도를 높여 듣는 다치바나, 그리고 둘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인 다치바나는 직접 그의 시를 들려주어 말로 전달할 수 없는 광경을 텍스트로 들려준다.
책을 읽을때 가장 흥분되는 순간은 행간의 숨은 뜻을 추측하는 시간이고 보이지 않는 저자와 대화하는 순간이다.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아, 이거야' 라는 그런 기분을 느낄 때, 나의 느낌과 조우할때 느끼는 사소한 기쁨도 책읽기가 던지는 화두다.
이 책을 통해 느낀 점은 내가 읽기의 숨은 뜻을 텍스트에 너무 한정했구나 란 느낌이 들었다.

본문에서 책만을 읽었을때 느끼는 책의 한계에 대한 대답을 너무나 듣고 싶었는데 나의 고민을 풀어줄 책을 아직 만나진 못했지만 책은 책이고 책에서 본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과 접촉해야 이룰수 있겠다란 희미한 조소가 그려진다.
인터넷 시대에서는 듣기보다 읽기가 더욱 간편해졌다. 정보화 시대에 적당한 키워드로 확산된 정보는 일파 만파 다양한 뉴스거리를 안겨준다.
듣기는 읽기의 범주에 속한다는 가와이의 철학적 사유가 커뮤니케이션의 갈등을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진한 물음표를 덤으로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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