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살리는 면역의 힘
아보 도오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 부광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들어서 자주 배앓이를 해서 건강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진것 아닌가 싶은 불안감이 엄습해 오던 터였다.
몸이 아플것 같으면 병원으로 후다닥 달려가 처방전을 받아와 약국 문닫기 전에 약봉지를 두툼하게 갖고 와야 안심이 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아들 또한 자주 열을 동반한 목감기에 걸려서 항생제를 너무 자주 복용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염려도 하지만 당장 아픔이 멈추거나 고열이 떨어지는가에 온신경을 쓰던 터라 약을 복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사실상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면역의 힘> 한권의 책을 만나고 나서야, 병에 걸려 습관적으로 약을 복용하지 말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평상시 생활습관을 잘 갖춰야 하겠다란 생각을 굳히게 됐다.

이 책에서는 질병이 걸리는 원인이 그릇된 생활방식에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릇된 생활방식은 과도한 노동으로 몸과 마음이 고단한 생활 방식과 몸을 잘 쓰지 않는 지나치게 안락한 생활방식 두가지에 있다고 한다.
사람들마다 조금씩 특유의 체질을 갖고 있는데 저마다 살아온 환경이 각기 다른 탓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신경학적인 관점에서 교감과 부교감신경을 자주 언급하는데 그 관계를 따지다보면 그동안 몰랐던 재미난 과학적 상식을 유추해볼수 있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사람의 몸을 호수 위에 둥둥 뜬 보트라고 가정한다면, 왼쪽의 키잡이를 교감신경, 오른쪽의 키잡이를 부교감신경이라고 불러보자. 좌우 키의 중심을 맡고 있는 이가 자율신경이다. 교감신경은 흥분 신경으로 몸을 활달하게 놀릴때 반응하고, 부교감신경은 물질적으로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는 이완 스타일에 가까운 반응을 말한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생기는 문명병은 알레르기, 아토피, 당뇨병 등을 일컫는데 나이의 낮고 높음과 상관없이 무차격 폭격를 감행한 덕분으로 이들 질병을 갖고 있는 가족들은 질병의 사곡을 벗어나기 위해 힘든 사투를 벌이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중노동이 심한 경제적 난곡을 겪던 교감신경 우위형 시기에는 뇌출혈과 같은 뇌혈관병이 많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요즘은 부교감신경 우위형 시기이므로 문명병에 심하게 노출된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부교감신경 우위형 시기에 타고난 체질들은 교감신경 스타일(심한 노동, 스트레스 외항)에는 약하지만 림프구 수가 많은 면역력이 강한 체질로 태어나기 때문에 옛날에 비해서 병에 걸려도 쉽게 낫는다고 한다. 하루동안에도 사람의 몸은 교감신경 우위에서 부교감신경 우위로 바뀌곤 하는데, 점심을 먹고나서 소화흡수를 위해 자율신경은 부교감신경 우위상태로 전환되는 예가 그것이다.
적당한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하루종일 강습생을 가르치기 위해 몸을 혹사한 강사의 경우 부교감신경 작용이 억제되어 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옛부터 중용이란 미덕은 적당한 선을 갸름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관건이다. 운동이든, 음식이든, 웃는 것이든지간에 지나치면 병을 부르기 쉽다는 점에서 나의 몸에 알맞는 적당한 선을 찾을줄 알아야 하겠다.

책을 읽다보니 미처 몰랐던 의학 상식에 대해 알게 되는 과정이 정말 유익했다.
지금도 몸이 갑자기 아프면 덜컥 겁부터 나고 보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만약 이 책을 제대로 마스터한다면 적어도 교감신경에서 문제가 있는것인지, 부교감신경에서 문제가 있는 것인지 나름대로 진단하고 안정감을 찾을수 있을것 같다.
스트레스 없는 평온한 상태가 지나쳐도 부교감신경이 크게 발동하면 문명병에 걸릴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아토피성 피부염과 천식, 꽃가루 알레르기와 같은 심각한 질병에 자주 노출되는 까닭은 림프구가 많은 부교감신경 우위 체질인데 교감신경이 일정 부분 상쇄시키지 못할 때 면역과잉이 되어 자율신경의 기능 악화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면역 과잉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고령자의 경우에도 만성피로, 관절의 기능 약화를 낳는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왜 아토피 등에 걸리는지 생각해 볼 틈이 없었다.
병에 걸리면 무조건 병원을 찾고 진단해서 약을 처방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듯이, 자신의 몸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 알레르기 피부질환에 걸렸을때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써서 일시적인 질병의 치유가 완전한 해결책이 될수 없음을 자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스테로이드를 남용했을때 교감신경의 지나친 활성화로 림프구가 필요이상 소모되고 약효가 떨어지면 부교감신경의 지나친 작용으로 예전보다 더욱 격렬한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약이 해결사가 될수 없음에 관해 이런 과학적인 지식을 읽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점에 소스라치게 몸이 떨렸다.
역시 아는게 힘이던가. 제대로 알고 있는 지식이야 말로 몸과 마음이 고단해지는 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의학 상식들을 나열해보자.
첫째, 위가 종종 쓰리고 아팠을때 위산과다가 아닌가 싶어 제산제를 복용하던 기억을 떠올려봤다.
그러나, 위궤양은 위산 분비가 적은 사람들이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위산의 분비는 부교감신경이 맡고 있는데 스트레스, 긴장 상태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부교감신경의 작용이 억제되어 위산 분비가 감소한다고 한다. 따라서 위궤양에 제산제 치료를 하는 것은 완전히 어긋난 치료방법이라고 진단하며 공복상태에서 느끼는 통증은 위산과다와 상관없다고 한다.

둘째, 아이가 과자나 음료수를 달라고 하는 경우에 관해.
부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는 아이일수록 배가 조금만 고파도 과자와 같은 간식을 달라고 조른다. 당분이 많이 함유된 간식의 경우 부교감신경을 자극해서 건강을 해치는 꼴이다. 과자와 음료수를 제한하는 것이 아이를 사랑하는 현명한 방법임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세째, 무좀은 치료할수 없는 고질병이다라는 편견에 관해.
스트레스로 인해 긴장상태에 빠지면 교감신경 우위에 서게 돼 고혈압, 불면증, 배뇨장애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발의 부종이 스트레스와 어느 정도의 상관성이 있다는 저자의 의견을 믿어보기로 했다. 무좀의 원인균인 진균이 혈류가 악화되었을때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노력해서 부교감신경을 자극해서 혈류의 균형을 양호하게 유지할수 있다면 약을 쓰지 않고도 무좀이 낫지 않을까에 진한 희망을 보태본다^^

넷째, 아침 식사는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란 편견에 관해.
저자는 하루 24시간 중에서 12~15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 위장을 쉬도록 하며 장을 정화해 가는 방법으로 아침 식사를 거르기를 권장했다. 소량의 과일이나 야채 쥬스 정도로 아침을 해결한다면 숙변이 계속 쌓이는 것을 어느 정도 막고 장내 세균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효소 식품을 적극 섭취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일단식이라.. 저자의 의견에 긍정적인 생각이 모아졌다.

결국 올바른 생활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관건이다.
면역력이란 교감이나 부교감 둘중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선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자율신경에 몸을 맡겼을때 생기는 자연 치유력이다.
운동에 무신경했거나 평소 생활 습관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잔병치레 정도를 우습게 여겼던 것을 반성하게 됐다.
질병의 치유는 의사나 약에 의존하는 대신 먼저 자신의 사고와 인생관, 생활습관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정말로 깨닫게 된다.
면역학적 관점에서 암의 치유는 소멸보다 증상 완화에 촛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에도 찬성이다.
방사선이나 항암제, 수술등으로 암을 치료하는 것이 현대 의학의 쟁점이지만, 매일 밤마다 림프구가 조금씩 자라는 암세포를 먹어치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때 우리 몸속의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란 정말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자연이 선물한 우리의 면역 체질을 잘 가꾸고 단련시키는 것이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상깊은 구절>
생명의 본질은 감성이며, 감성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이다.
감성이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지탱하고 조절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