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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을 꿰뚫는 현대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테리 번햄 지음, 서은숙 옮김 / 갤리온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의 머리는 돈을 벌기엔 너무 낡았다는 자극적인 띠지의 문구가 이 책을 들게 했다.
현대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제시하는 책의 내용은 근래 들어 더욱 각광받는 행동경제학, 신경경제학의 이론을 빌려 인간의 심리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통찰이었다.
합리적인 주식 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유명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버논 스미스의 추천서도 눈에 띄였다.
과거의 투자 패턴을 분석해 미래의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야말로 도마뱀의 뇌라고 일축한 이 책의 의견과 함께 하는 것으로 경제를 실험할수 없다는 상식을 뒤엎고 자유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을 실험으로 증명한, 실험 경제학의 아버지 버논 스미스의 추천사가 이 책으로 하여금 무게감 실려 보인다.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바라본 버논 스미스는 주식 시장을 예찬하는 부류란 판단이 들었다.
그의 말 “주식시장은 마치 복잡한 사회 제도와 같아서 투자자들은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시장은 다른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따라서 주가지수와 연계된 인덱스 펀드보다 공격적인 주식형 펀드가 매력적” 이라고 지적한 부분이 그러하다. 금융 시장은 상당히 비인격적이면서 비열한 시장임에 틀림없다. 이런 비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비결을 이 책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에서 어느 정도 해법을 발견할 수 있을까? 사뭇 기대가 커진다.
전두엽 피질과 도마뱀의 뇌는 무엇?
이 책에서 설명하는 도마뱀의 뇌는 도마뱀과 상관없는, 사람의 행동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인 영역에 대한 함축적 표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막연한 느낌이 들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라는 책에서 읽은 기억을 떠올려 자료를 찾아봤다.
전두엽 피질은 대뇌 피질의 다른 말이고 이성을 담당하는 구역이라 볼수 있겠고 도마뱀의 뇌는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의 특성으로 이해를 해봤다. 이 책에서 도매뱀의 뇌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를 쓰는 이유가 인간의 비합리적인 정신 상태를 직시해야만 하는 불쾌한 감정을 어루달래기 위해서랄까. 이 책은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볼거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비합리성 그리고 바로 자신을 똑바로 관찰해야 하는 불편한 감정을 극복해야 할 숙제를 내밀고 있었다.
손실회피는 도마뱀 뇌의 작업물?
개인의 비합리성이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모순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를 '1부 도마뱀의 뇌가 지배하는 개인과 시장 편'에서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도마뱀의 뇌를 잘 설명하고 있는 곳이 행동경제학 이론을 빌려 설명한 최후통첩 이론인데, 이 책을 읽고 실제 동료에게 베팅을 해봤는데 결과는 역시 책과 동일했다.^^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이 파산한 예를 들면서 손실회피도 즉,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 있어서 과거의 가슴아픈 악몽을 떠올려봤다.
돈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도마뱀의 뇌에 의한 짓이었다니 생각할수록 괘씸한 놈이다.
주식시장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기인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즉시, 돈을 잃기 십상이고 비열하다 못해 비합리적인 시장의 생리를 잘 알고 도마뱀의 뇌를 봉인할 줄 아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어야 잘못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미국의 장래는 희망적이다?
2부 도마뱀의 뇌가 은폐해버린 시장의 진실 편에선 다소 어리둥절하다. 달러의 약세로 경상수지 적자를 매년 기록하는 미국의 장래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란 결론으로 이해했다면 잘못된 것일까? 미국발 서브 프라임의 파동으로 이제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지갑속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세어보고 있다는 사실이 중국으로 하여금 긴축 재정에 들어갈수 밖에 없다는 작금의 현실 또한 넌센스가 아닐수 없다.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를 떠올리면서 중국의 인플레 악몽이 미국에겐 호재로도 작용할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얄밉게 느껴진다. 도마뱀의 뇌가 얄밉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의 경제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보는 이에 따라 글쎄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실제로 2장의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결국 이런 저런 재앙에서 벗어날수 있는 유일한 대안을 미국 이외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 것을 권유하기 때문이다. 환율의 변동 리스크를 15%로 책정한 것도 잘 이해가 가질 않고 이 부분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어 아쉬운 대목이다.
3부에서는 채권, 주식, 부동산에 관한 여러가지 예와 설명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내내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고 버블 논란이 끊이질 않는 요즘, 비열한 시장에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 걸까?
현재의 시장에서 부자가 되는 8가지 방법을 보면 상당히 보수적이고 단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저위험 자산에 투자하라, 단기채권을 사라, 고정금리 대출을 가져라, 유로나 엔화에 투자하라, 부채를 즉각 상환하라, 월급을 주는 안정한 직장을 구하라 등등 극히 상식적인 수준을 제안한다. 고위험, 고소득이 유혹하는 상품을 뿌리치는 것이 비열한 시장을 직시하는 현명한 방법이란 말처럼 들렸다. 이 책의 결론이라 명명한 358페이지의 말을 인용해보면, 정보혁명이 불러온 생산성 증가가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한, 위험 투자 상품들은 우리에게 실망을 줄 것이다란 내용이 나온다.
막연히 주식시장에 투자를 해야만 돈을 벌수 있다라는 환상은 도마뱀의 뇌가 나를 집요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반추가 될 것이다.
기대한 만큼 나의 필요에 부합한 책은 아니었지만 의사결정에 있어서 나를 지배하는 프레임이 도마뱀의 뇌인가 아닌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상깊은 구절을 메모하는 것으로 아쉬운 리뷰를 마친다.
"과거의 패턴을 찾는 도마뱀의 뇌는 돈을 잃게 만든다. 도마뱀의 뇌가 투자 전략을 수립하도록 방치하는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달콤한 수익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바로 시장의 비합리성에 기인한다. 투자에 성공하는 힘, 금융 시장에서 성공하는 힘은 도마뱀의 뇌를 뒤흔드는 감성에 기반한다. 도마뱀의 뇌를 이해하라! 도마뱀의 뇌를 길들여라! 오직 그것만이 이 비열한 시장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