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재밌게 그리고 여러번 읽고 또 읽었다.
대안학교와 교육기관의 부조리를 예리하고 파고 들면서 계속 물어대는 치열한 질문이 좋았다.
과감하게도 사회적 반향에 대한 담론을 주관적인 철학적 사유로 단칼에 끌어내는 과감성에 이끌렸고, '공부하거나 존재하거나' 이 한마디의 말은 평생학습의 필요성, 더 나아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단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교육조직의 틀 안쪽, 바깥쪽의 경계선상에서 결국 지향해야 할 바를 자신의 경험과 학습조직을 대안으로 설명했다. 제도적 울타리 안에서 선 배움이 다가 아니라, 스승을 만나 벗을 부르는 배움터가 진정한 학습 조직이 될수 있음을 강조했다.
저자의 <열린공간 수유+너머> 학습조직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던 터였고, 평생 학습 조직의 모토로 삼을만큼 지성의 대중화와 평생공부의 즐거움이 실현되는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호모 쿵푸스! 낯선 단어의 움직임이다. 이 말은 공부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공부의 달인을 뜻하는 말이란다.
앎에 대한 열정으로 몸을 단련하고 일상을 바꿔 나가는 존재, 인생의 매 순간을 몸으로 체화하는 것이 호모 쿵푸스의 본뜻이란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의 삶의 명제는 사유를 인식하고 추측하고 도출할수 있는 인식의 힘을 뜻하는 말이다.
호모 쿵푸스는 공부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고 공부를 통해 사유를 인식하고 도출할 수 있는 힘을 각인시키는 계기야말로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가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인식은 학교 없는 사회를 꿈꾸었던 이반 일리히의 이론과 같이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일리히의 인용은 저자의 생각과 함께 공존하는데, 학교가 쳐놓은 거짓말의 덫에 빠져 나올수 없는 교육계의 현실을 신랄한 어조로 풍자하고 비판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근대사회가 낳은 제도 교육이란 틀안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기까지 한 저자의 이력을 생각하노라면 이해할수 없는 처사다. 허나 이 책이 나온 배경을 보노라면 박사과정을 마치고도 3년동안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수유연구 모임을 통해 교감을 누릴수 있었고 앎의 코민에 접속한 그녀의 지식배열은 공교육을 마치고 훌륭한 직장에 접속한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편, 치열한 독서와 토론없이 논술과 창의성을 부르짖는 교육의 현실은 부조리다 라고 평하는 것은 일리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흔히 독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내 생각은 사람들이다. 긍정의 아우라를 풀풀 풀기는 사람들이야말로, 배움의 열정을 뜨겁게 달구는 사람들이야말로 내게 꼭 필요한 천연자원이자 자극의 보고다. 저자의 인식과 같이 하는 즐거움은 책을 신명나게 읽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는데, 난 이 책에서 다음 점들을 얻었다.

1. 앎의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운동조직을 만들어라.
앎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즐거운 공부의 장을 만들기 시작하면 앎의 코민에 접속하는 것이리라.
공부는 함께 모여 고전의 명문장을 암송하고 함께 토론하고 다양한 게임과 놀이로 만들어내고 공부를 바탕으로 또 다른 '밴드'와 결합하는 지식의 앙코르, 지식 향연의 축제이자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를 느끼리라. 

2. 목소리는 내 안의 타자!
낭송은 자기 안의 타자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집단 암송은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능력을 터득케 한다고 한다.
다양한 소리와 소리가 만나 반응하여 마치 화학반응처럼 뒤섞일때 새로운 화음이 탄생하는 것처럼 지식은 두뇌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몸이 먼저 반응하고 가슴에서 느껴야 한다는 점이 큰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낭송과 암송, 구술을 강조한 저자의 공부법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
눈으로 따라 읽는 묵독보다는 함께 하는 공부에서는 온몸으로 메아리를 토하는 목소리 공부법이 확실한 대안일듯 싶다. 

3. 글쓰기,  저자의 경험에서 교훈을 습득하다.
첫째,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스승을 만나라.
둘째, 자신의 눈으로 차이를 구성하라.
텍스트를 사랑하는 법, 몸섞는 법은 오로지 하나. 자신이 던진 물음에 온몸으로 마주하는 훈련을 할것.
세째, 글쓰기의 초식은 오로지 새로운 질문을 던질 것, 하나의 논리로 관통할 것
네째, 자의식을 넘어서는 공부, 일상이 혁명이 되고 혁명이 구도가 될수 있는 공부법들은 내공이 센 스승과 선배, 동료들 사이에서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들어설수 없는 관문이다. 

배움을 열망하라! 가슴 언저리 뜨거운 기운이 불끈 느껴진다.
고전이란 시대의 통념과 억압을 뚫고 삶과 사유의 눈부신 비전을 탐색한 전위적 텍스트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배움의 갈무리와 내공수위를 짐작케 하는 함축적인 선언문이나 다름없다.
난 본격적으로 책읽기를 시작한지 이제 2년에 접어들었다.
내 손에서 책이 떠나가지 않는 이유는 책이 무작정 좋아서가 아니라 책이 내게 던지는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 일까?
이 책은 내가 찾고 있었던 질문의 실마리를 풀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재테크나 성공의 신화를 가미한 책들, 연애 감정에 등급을 규정하는 저자의 선입견과 사회 현상을 칼로 두부자르듯 주관성이 과한 흑백이론이 나와 다른 의견이긴 했지만 그것이 인문이 됐든 어떤 장르가 됐든 어떠한 계기를 만나 읽게 되든지간에 결국은 고전으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갈망하고 자세를 지향하는 저자의 인식은 특히 배울만하다 여겨진다.
언제까지 공부하냐고?
최고의 경지에 오른 '공부의 달인'들은 퍼준다는 생각조차도 없이 퍼준다고 한다.
나이와 성별 국적을 뛰어넘어 누구든지 친구가 될수 있고 언제 어디서건 앎의 코민에 접속할수 있는자.
그가 바로 호모 쿵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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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5 17:13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