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평전
박호재.임낙평 지음 / 풀빛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윤상원 평전.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지나치는 사람들이 이 책을 힐끗 보며 윤상원? 그사람이 누구에요? 란 질문을 종종 받았다.
이 책을 접하기 전만 해도, 나도 체게바라 같은 외국의 혁명가 이름은 얼핏 들어봤어도 윤상원은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책을 읽고 난 지금 윤상원 그의 이름은 내 마음에 자리잡은 5월의 거인이자 젊음을 산화한 장엄한 투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책을 읽어나가며 젊은 나이에 그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란 의혹은 계엄군이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잔인하게 척살하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나를 이끌어주면서 이해할수 있었다. 만일 내가 그 곳에서 서 있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평전은 글쓴이의 주관성이 많이 개입된 전기라서, 이미 고인이 된 그의 일대기적 모습을 돌이켜 본다는 것이 약간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했을것이란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그와 동고동락을 나눈 동료들의 눈으로 본 그의 모습을 자연스레 뇌리에 떠올릴수 있었다.

투사적 위대한 삶을 살아낸 윤상원은 대학시절 여느 보통 젊은이들과 진배없어 보였다.
그는 언제부터 민중운동가로서의 삶을  인식하기 시작했을까? 가장 관심의 촛점이 되는 부분이었다.
삼수만에 대학에 입학했고 연극 동아리 활동에 몰두했다. 33개월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도 자발적인 의식의 변화는 없었지만 친구 철홍의 소개로 김상윤을 만나면서 시대적 상황과 정당한 삶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필사의 신념은 본격적인 학습조직을 결사하여 민중사를 연구, 학습한 스물일곱의 지각에서 출발했다.
이 책에서는 윤상원의 성장 과정 속에서 당시 국내외 사회적 정황들을 숨가쁘게 나열해 놓았다. 윤상원의 호흡과 그들과는 뗄레야 뗄수없는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미처 몰랐던 역사적 진실들을 알게 되었을때, 지금에서야 5월의 광주를 알려면 진작에 알았을 그런 진실을 외면하고자 시선을 돌렸던 내 스스로의 무덤덤한 모습에 채찍질을 가하고 싶었다.
 
유신체제에 최초로 저항한 학생운동 1973년 전남대 함성지 사건, 1973년 12월 재야인사의 유신헌법철폐 개헌청원운동, 1974년 민청학련사건, 1978년 6.27 교육지표사건, 1979년 부마민주항쟁, YH사건, 남민전사건, 이윽고 10.26 박정희 시해 사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흘리고 감옥을 들락거리면서 독재의 아성에 대항해 맞서 싸웠을까.
가슴 한켠이 서늘하게 메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민중의 적은 기업인가? 위정자인가? 자본과 노동의 타협은 이루기 힘든 요원한 일임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해보인다. 
이 책에서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은 당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지도급 인사들과 더불어 김남주, 황석영, 이문구, 고은, 조태일, 김정한, 김지하, 백낙청, 염무웅 등 시인, 소설가 분들의 삶과 저술활동이 되었다. 민중항쟁이란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불사른 그분들의 업적을 읽고 배워야 할 의무를 느낀다.
 
총칼로 짓밟은 쿠테타의 주역들인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옥살이를 하다 나왔고 망월동 묘역에는 추모탑이 세워졌음에도 여전히 5월이 되면 그날의 아픔과 슬픔이 재연된다. 몸바쳐 젊음을 장렬히 산화한 민주애국열사들의 분노와 좌절, 슬픔이 어울러내는 환상에 광주항쟁의 역사적 진실을 외면했던 상처들이 지근지근 아팠다. 쉽게 페이지를 넘길수 없었다.
내게 윤상원 평전의 의미는 윤상원 열사를 비롯해 5월의 영령들을 온전히 기억하는데 있다.
국가를 무장 전복하려는 간첩의 무리들로 은폐시키고 엄폐하려는 위정자들의 술책이 결코 진실과 정의를 훼손시킬수 없음을 배웠다. 2007년 6월 모교에 퉁소를 불고 있는 윤상원 열사의 반신상이 세워졌다는 뉴스를 보면서 '새벽을 넘기면 필코 아침이 옵니다' 비장한 마지막 연설의 끝자락에서 의연한 그의 모습을 가슴에 깊이 담고 싶다.
 
<님을 위한 행진곡 31쪽>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니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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