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자이너 문화사 - 교양과 문화로 읽는 여성 성기의 모든 것
옐토 드렌스 지음, 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성 성기 집중 탐험 분석서로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들에게 권하고 싶을 애장서적 목록 1순위에 해당하는 책이다. 마광수교수가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 를 써서 금서로 판정나고 교수직에서 쫓겨나고 장정일 작가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란 소설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까지 구속한 사회적인 정서로 봤을때 이 책의 파문은 예상치 못할 핵폭탄급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은 여성의 아랫도리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다보니 음부의 우물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기까지 지적 호기심에 비해 성적 자극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어쩌면 예상했던 문화적 정서에 파문을 몰고 올지 모를 이 책이 은근슬쩍 너도나도 한권씩 가슴에 품으며 쉬쉬할런지도 모르겠다.
총각시절은 무한 상상력의 시대다.
야한 생각은 삶의 본능. 본능을 일으켜 세우는것은 나와 다른 타자의 생식구조였다.
보면 볼수록 희안하고 징그럽게 생긴 모습은 볼수록 집착하게 되고 정신없이 몰입하는 미친 하루의 연속. 보고 싶어도 쉽게 볼수 없는, 그래서 더욱 보고 싶은 것.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쳤을 밤잠 못이루는 사람의 심정으로 저속한 단어와 음란한 단어가 입 속에서 맞물려 맴돈다.
같은 단어라도 누구는 지적 호기심을 풀어주고, 누구에게는 성적 호기심을 부추길테니, 나도 은근슬쩍 음란표현 한줄 써보고 슬쩍 지웠다. 궁금하면 이 책을 보시라. 아마 나와 같은 심정이 되어 있을테니.
그런데 내게 이 책은 좀 애매하다.
성적 호기심을 마냥 머금은 10대 청소년도 아니었고 왕성한 액체을 분사하는 발정난 수컷도 아니기에 소음순과 대음순을 세밀히 묘사하거나 클리토리스와 성적 기능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별 관심을 갖지 못했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성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문화코드(게이,레즈비언, 동성애 등)의 시발점에 대한 지식과 성에 관한 일차적인 편견 같은 것을 깨부수는 걸 좋아하는데, 일례로 6장에서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가 잠깐 언급이 되는데 왕자가 공주의 뺨에 키스를 해서 공주가 일어나는 천진난만한 유아발상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가령 왕자는 시체와 성교하길 좋아하는 성도착증세를 가진 환자였다는 원작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하지만 6장에서는 프로이트의 성이론과 클리토리스적 여성의 오르가슴의 상관성에 대해 논리를 펴는 저자의 이야기가 마치 궤변처럼 들렸다.
이 책이 비단 여성의 성기에 국한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조금 못내 아쉽기는 하다.
배아 6주차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로 여성의 성기에서 남성의 성기모양이 갖추어지기 시작한 이래, 남성 성기가 각종 사회적 이슈가 되어오지 않았던가, 다빈치의 작품 중 남성의 성기는 절묘할 정도로 섬세하지만, 여성의 성기는 불분명하고 모호했다고 한다.
성에 관해 억압된 역사와 발정난 역사가 교차하며 상존한 역사의 일편을 보며 동서양의 섹슈얼리티를 조명한 미술사를 감상하고 픈 또 다른 욕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