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0년 대폭락 시나리오 - 일본을 통해본
다치키 마코토 지음, 강신규 옮김, 차학봉 / 21세기북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미 고령사회인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여 부동산 거품론에 힘주어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버블이다 아니다를 구분하기가 막연했는데, 버블이란 용어의 뜻을 이 책에서는 구매자와 판매자간의 거래 실종을 '경기 버블'이라 정의했다.
요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직접적 개입으로 정책조건이 혼란스런 가운데 오랫동안 실거래가 실종된 상태여서 예외없이 전세가 폭등하고 이사 대란의 진풍경이 매번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의 부동산 대폭락 사태를 지켜보면서 부동산을 바라보는 식견을 늘리고 필패일지 불패일지 다른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솔깃해지지 말고 나름대로 분명한 부동산 좌우명을 가져야 할때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서문에 약 40페이지 남짓 책에 관한 해제(소개글)가 수록되어 있어 일본의 실정과 우리나라의 부동산을 비교하여 설명해서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해제에 따르면, 부정적 원인은 고령화, 공장의 해외이전, 농지규제 완화, 부동산 양극화 문제와 중산층의 붕괴 등에서 찾을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문제는 작금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현상과 밀접한 관련을 띠고 있어서 비단 일본만의 문제라고 인식하기에는 위험의식이 느껴졌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과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달라서 비교할 수 없는 문제라 치부하지만 여러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들과 불가피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 간과할수 없는 위기란 생각이 들었다.

간단히 읽은 책을 되짚어 보면, 1장에서는 일본의 토지 본위제('토지를 바탕으로 화폐를 발행하는 것')와 전쟁사후 일본정부에 의해 토지가 곧 돈이라는 사행심을 조장하여 경제를 일으켰다는 내용을 알게됐다. 이 책 전반적으로 '부실토지'라는 단어를 쓰는데 무분별한  토지의 소유 형태를 비꼬는 말인 것 같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크게 세차례가 있다고 하는데, 1960년 이케다 하야토 내각의 '소득배증계획' 정책을 통해 부동산이 곧 돈이란 인식을 심어주기 시작했고, 1972년 '일본열도 개조론' 정책을 통해 일본 전역의 공업도시를 신간선과 고속도로로 연결하여 전국적인 지가 상승의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 버블은 1990년 '부동산 관련 융자의 총량규제' 정책으로 1991년 들어 10년 이상 장기불황에 빠졌다고 한다.

1장의 내용을 통해 왜 일본이 토지(지가) 자본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에 몰두했는지 그 대강의 역사를 통해 이해할수 있었고 플라자 합의로 일본 수출의 부진으로 인한 불황이 염려되어 금융정책에 섣불리 손을 댄것이 불황을 앞당긴 전조증상을 명확하게 알게 됐다. 

2장은 일본의 근본을 위협하는 사회현상을 나열했는데, 구체적인 저출산 통계 자료를 통해 일본의 인구추이 변화를 쉽게 이해할수 있었다. 저출산의 문제는 잠재 성장인구였던 단카이 세대가 전원생활로 돌아간 빈자리 만큼의 동일한 빈집이 발생할 것이란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중산층의 붕괴)를 들 수 있는데, 일본의 중산층 붕괴 수준또한 무시못할 세계화 추세라고 보여진다. 부동산 버블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직업을 가지지 못한 프리터족, 니트족의 세대는 바로 중산층의 자녀라는 부등식을 성립하고 있었다.
정리하면, 산업이 공동화, 농업의 수입자유화, 싱글화, 젊은이들의 만혼화, 비혼화, 초고령화, 초저출산화, 소득버블의 붕괴로 실업문제, 개인파산, 자살급증 등의 사회적인 이슈는 모두 지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한다. (126쪽 참조)

3장은 일본의 지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시아 등으로 제조공장이 해외 이전되면서 공업용지가 주택용지로 바뀌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 노동인구 중 1/4이 건설업과 연관된 형태에 있어서 공급과 수요의 법칙을 무시하고 주택을 건설할 수밖에 없는 일본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설명했다. 

 4장은 일본의 대출시장에 대한 내용인데, 지금까지 제로금리를 고수하다 이제 금리 상승 단계 국면에 접어들어, 대형은행들은 부실채권이란 폭탄을, 일반인들은 대출상환금액의 증가로 대출파산자와 자살급증의 사회적인 문제를 같이 떠안고 가야 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5장은 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정부를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론, 내쉬균형, 행동경제학(4장) 이란 다채적인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일본의 연금을 다단계구조와 흡사하단 논리를 펴는데,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바 없기에 씁쓸함은 컸다.  '한눈에 보는 일본의 현재상황과 앞으로의 전망1, 2'(199쪽,240쪽)에서 일본의 미시경제와 거시경제에 관한 문제가 거론되어 있어 이해하는데 한결 수월했다.

6장은 부동산 버블 이후의 일본의 현 실정에 대한 문제점 중에서 부동산 세제에 대해 거론했다.
보유세가 낮은 대신 매각이익에 과세되는 세금이 높다고 하고, 남의 땅을 빌려 쓰는 차지인의 권리가 인정된다는 '차지권', 신축건물에는 엄격한 세금과 규제를 적용시키고 20년이 지난 건물일수록 세제상 혜택이 크다고 한다. 부동산 토지감정의 분별력없는 감정평가, 하나의 토지에 5개의 가격이 형성되는 '1물 5가' 제도 등은 낯설고도 신기한 일본의 부동산 세제를 보여주는데 이런 부동산 세재정책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을 대략 2018년, 초고령사회는 2026년 진입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일본과 같은 부동산 버블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일본의 버블 전조 증상에서 보여줬던 각종 사회적 징후와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허황된 믿음은 언제라도 발등에 도끼를 내리칠수 있다는 귀한 교훈을 얻게 해준다.

일본은 10년이상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믿음과 건실한 투자의 방향이란 패러다임을 조언했다. 시세 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보다는 임대 수익을 겨냥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부동산 투자의 주체가 기업과 개인에서 부동산 펀드로 재편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의 행방을 갸름하기는 어렵지만, 부동산 불패신화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해 이 책만큼 자세하고 생생하게 도표와 사례를 들어 설명한 책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좋은 공부가 되었고 지금의 현실과 미래를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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