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의 무武는 임금이 손댈 수 없는 곳에 건설되어야 마땅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건설은 소멸되기 위한 건설이어야 마땅할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므로 조정을 능멸하고 임금을 기만했다는 나의 죄는 유죄가 되어도 하는 수 없을 것이었다.

 우수영의 가을 물빛은 날카로웠다. 먼 산과 먼 섬 들의 갈핏빛 능선이 도드라졌고, 바람의 서슬은 팽팽했다. 겨울이 다가오는 바다에서, 저녁마다 노을은 투명한 하늘 위로 멀리 퍼졌다.
 적은 오지 않았다. 저녁노을의 붉은 기운이 갑자기 검게 바뀌거나, 저무는 수평선 쪽에서 먼 섬들이 흔들려 보이면 비가 내렸다. 적은 몇 달째 오지 않았다. 먼바다 쪽에서 붉은 구름과 흰구름이 어지럽게 뒤엉키면 바람이 불었다. 망군望軍들은 산꼭대기에서 일몰의 바다를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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