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쪽 - 나는 보았으므로 안다.








나는 적의 적의敵意의 근거를 알 수 없었고 적 또한 내 적의의 떨림과 깊이를 알 수 없을 것이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적의가 바다 가득히 팽팽했으나 지금 나에게는 적의만이 있고 함대는 없다.

이 세상에 위로란 본래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다시 내 앞에 펼쳐진 바다는 감당할 수 없는 넓이로 아득했고 나는 한 척의 배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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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야 어디로 갔건 간에 죽은 자는 죽어서 그 자신의 전쟁을끝낸 것처럼 보였다. 이 끝없는 전쟁은 결국은 무의미한 장난이며, 이 세계도 마침내 무의미한 곳인가. 내 몸의 깊은 곳에서,
아마도 내가 알 수 없는 뼛속의 심연에서, 징징징, 칼이 울어대는 울음이 들리는 듯했다. 

죽여야 할 것들을 다 죽여서, 세상이 스스로 세상일 수있게 된 연후에 나는 나 자신의 한없는 무기력 속에서 죽고 싶었다.

나는 정치적 상징성과 나의 군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내가가진 한웅큼이 조선의 전부였다. 

울어지지 않는 울음 같기도 하고 슬픔 같기도 한 불덩어리가내 몸 깊은 곳에서 치받고 올라오는 것을 나는 느꼈다. 방책, 아아 방책, 그때 나는 차라리 의금부 형틀에서 죽었기를 바랐다.
 방책 없는 세상에서, 목숨이 살아남아 또다시 방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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