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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