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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ㅣ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평점 :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킬 때만 해도 관심은 전혀 없었는데
아이란 정말 여러 각도에서 새로운 문물을 접하게 하는 것 같다.
'새로운 책'이라는 문장에 재미를 붙인 딸을 위해 가끔 동화책을 구입하는데
그러다 보니 동화책에 대한 나의 시각에도 꽤 변화가 생겼다.
아이와 별개로 내가 궁금해 사서 읽기도 하고,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읽기도
한다.
그래도 어쨌든 화두는 아이라서 좋은 동화책을 만나도 별도의 리뷰는 안했는데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몇 자 적고 싶어졌다.
읽으면서 <미운오리새끼>를 떠올린 건 나 뿐만이 아니겠지만
안데르센 버젼의 업업업 정도는 되는 감동을 받았다.
잎사귀가 떨어져 거름이 되고,
그래서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고 싶어 잎싹이라는 이름을 지은 암탉.
잎싹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움직일 수 없는 닭장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것.
마당의 텃새에도 나를 지키려는 자존감.
낯설고 두려운 바깥이지만 꺾이지 않는 의지.
그리고 끝까지 자식을 끌어안는 엄마로서의 희생.
쓰고 보면 굉장히 구태의연하지만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책이었다.
이 감정들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와닿을 걸 생각하면 동화작가에 대한 존경이 절로
든다.
그들은 어떻게 동심을 유지하는 것일까. 부러워만진다.
마지막 부분에, 매일 잎싹과 새끼 청둥오리를 두려움에 떨게 한 족제비가
그 역시 새끼를 위해 포식자가 될 수 밖에 없음을 표현하고
잎싹이 기꺼이 먹이가 되어주겠다고 자처하는 것까지,
악역은 배제되고 모두가 사랑에서 비롯됨을
알게 해 준 것도 참 고마웠다.
마음이 정화된다.
이래서 어른도 동화를 읽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