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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을 위한 김용옥 선생의 철학강의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집을 나설때마다 꼭 챙겨야 할것이 있다. 바로 신발이다. 신발을 신지 않고, 집을 나서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런데, 이 신발이라는 물건은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신을수가 없다. 엄연히 오른쪽과 왼쪽이라는 구분이 있는것이다. 자, 여기서 생각해보자. '신발은 도대체 왜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어지는가?' 이렇게 평범한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의문속에는 실은 엄청나게 복잡한 철학이 숨겨져 있다.
<중고생을 위한 김용옥 선생의 철학강의>는 바로 이런 의문들로부터 출발한다. 소소한 신발과 발의 관계가 사람의 몸이 가지는 의미, 우주와 인간, 진리란 무엇인가에까지 확대된다.
흔히 우리는 철학이 부재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철학이 부재한다면 가치관의 중심이 흔들리고, 정신 대신 물질이, 이상 대신 욕심이 사회 전반을 지배할수 밖에 없다. 그래서 철학교육의 중요성이 이 몇년새에 새삼스레 대두되고 있다. 대학입시과정에서 논술시험이 등장한 배경도 바로 '철학교육'에 대한 필요성때문이다. 그런데, 철학이란 과연 어떤것일까? 사실 철학은 한없이 어렵고 복잡하며 뭔가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생각되어지지기 쉽다.
그러나, 앞에서 예로 들었듯이 신발과 발의 문제같은 일상생활속의 소소한 문제들을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다. 김용옥 선생의 말을 빌자면, 생각하는 과정, 그 자체가 철학인것이다. 그러니 신발과 발의 관계처럼, 철학은 평범한 것이며, 어렵지 않은 것이며 우리 인간과 뗄려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는것이다.
그런데, 왜 철학은 어렵게만 느껴지는것일까? 철학을 쉽게 이해할수 있는, 그러면서도 깊이 있는 책들이 우리곁에 많지 않기때문일것이다. 그런중에 이 책, <중고생을 위한 김용옥선생의 철학강의>는 단연코 보석처럼 빛난다. 일상생활속에서 단서를 찾아가는 쉬운 전개방식, 구수하면서도 대화하는듯한 문체. 어려운 단어나 문장이 없는 겸손한 말솜씨. 그러나 그속에 들어있는 풍부한 지식들과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들.
흔히 도올이라는 호로 더 잘알려진 김용옥 선생은 이 시대의 독창적 사상가이며 의사이며 예술가이다. 충남 천안 태생으로 고려대 생물과와 한국신학대학,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대만대학 철학과 석사, 일본 동경대학 중국철학과 석사, 하바드 대학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힘든 5인분쯤의 인생이다. 이런 특별한 인생에 어찌 배울것이 없을것인가. 선생의 인생역정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것. 이것은 이 책이 주는 보너스가 아닌가 싶다
책 제목에 '중고생을 위한' 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긴 하지만, 대학생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을 위한 철학입문책으로 손색이 없다. 꼭 철학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하고 싶을때, 부담없이 집어들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끝으로 김용옥 선생의 말을 덧붙인다.
' 나는 철학을 세속화하지 않습니다. 나는 세속을 철학화할뿐입니다. 나의 철학은 궁극적으로 철학의 인간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