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밀레니엄 북스 29
이상 지음 / 신원문화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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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만나야할 작가 ‘이상’

작가 이상, 한국 문학에 한 획을 그었다는 작가이다. 여러 사람들의 소개를 보면, 이상은 천재 작가라는 명칭이 함께 붙어 있다. 하지만 오늘날 쉽고, 간단하고, 자극적이며, 원초적인 작품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상의 작품은 무척이나 난해하고 어렵다 하겠다(나 역시 평범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지주회사’에 나타나는 띄어쓰기가 되어있지 않는 부분은 많이 어렵다 하겠다. 그럼에도 왠지 모를 매력이 이상의 작품에는 있다. 왜냐하면 이상의 작품을 좀더 알고 싶기 때문이다.

신원문화사에서 나온 <날개> 안에는 여러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날개, 지주회사, 단발, 환시기, 봉별기, 종생기, 실화, 동해, 황소와 도깨비, 지도의 암실, 권태, 조춘점묘.
서로 이어지는 듯, 별개의 이야기인 듯, 작가의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무거운 침묵과 함께 작가 이상의 모습을 보게 한다(작품들은 주로 어둡고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상의 글은 이야기에 동화되기에는 너무 거리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던져 버리기에는 너무도 아픈 고백들이 천천히 책장을 넘기게 한다. 물론 그럼에도 작품 전개와 이해는 더디고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날개> 안에 있는 ‘날개’는 이상의 대표작이라 할 만큼 유명한 이야기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날개의 마지막 글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글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이상의 탄식뿐만 아니라 현대를 사는 자기 패쇄적인 모든 이들이 함께 외치고 싶어 하는 말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조춘점요’ 내에 ‘차생윤회’라는 부분이다.
걸인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고 나름 인간의 도리를 했음으로 안도하는 그 모습에서, 순간 ‘나를 먹여 살리는 내 바로 상부 구조가 또 이렇게 만족하겠지’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꾸멀꾸멀하는 <거지적 존재>’인 ‘나’에 대한 일격이자 일침이었다.

이 작품은 작품 자체로만 대하고 싶다면, 작품 해설을 마지막으로 읽고, 작품 이해로 접하고 싶다면 작품 해설을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해설을 나중에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해설을 먼저 접하여 이해의 폭을 넓힌 후,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어쨌든, 한국 문학에서 이상은 분명 평범하지 않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더, 이상의 <날개>는 만나야만할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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