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당연한 나에게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책 제목은 상당히 도전적이었다. 또한 영화가 상영되었다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게 했다(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마치 작품성보다는 상업적인 흥미 위주의 작품일 것이라는 막연한 판단이지만....).
하지만 워낙 저자에 대한 유명세가 강하게 작용해서일까, 아니면 무엇 때문이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책을 들게 되었다.
한 사람이 신호를 기다리던 중에 갑자기 눈이 멀게 되었다. 그 눈먼 사람(그는 이 책에서 첫번째로 눈먼 사람이라고 지칭된다)은 한 사람의 인도를 받아 집에까지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곧 도움의 손길은 인간의 욕심의 본성을 누르지 못하게 했고, 도움을 주었던 사람은 자동차를 훔쳐 달아나는 사람이 되었다(그는 자동차 도둑으로 지칭된다). 첫번째로 눈먼 사람은 다음날 아내와 함께 안과를 찾아가 원인과 치료를 받으려 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차츰 차츰 사람들은 백색 실명으로 인해 눈이 멀어간다. 안과 의사도 그 안과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왔던 환자들도, 그리고 그 환자들과 접촉했던 모든 사람들이 눈멀게 된다(도움을 주기 위해 안내하던 경찰도...). 결국 그 눈먼 사람들은 임시로 지정된 정신병동에 격리수용되게 되는데...그들 중에 단 한 사람, 안과 의사의 아내만이 눈이 멀지 않고 볼 수 있었다(왜 그런지 이 책은 그 이유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그들과 함께 그곳에서 남편과 함께 살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정신병동에 늘어난 약 삼백명의 눈먼 자들에게서 일어나는 인간의 본성들은 차마, 그것이 인간의 본성일까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리얼(사실적으로)하게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백색 실명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도시 그리고 나라 전체로 확산되는 양산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신병동을 빠져나온  안과 의사의 아내 일행은 무참하게 변해버린 도시 안에서, 눈먼 자들 나름대로의 생존을 보게 되고, 그리고 그들 역시 생존을 위한 삶을 연명해 간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볼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다른 눈먼 사람들과의 현격한 차이였던 것이다...
 
이유 없이 발생한 실명은,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눈이 보이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어쩌면, 나는 이러한 결론을 예상했는지 모르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내가 만약 이 상황이었다면..."이란 질문을 하게 되었다.
눈이 보이기 때문에...가려진 나의 본성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나 역시 책에 나온 사람들과 같은 상황이 된다면, 아마도 '나만은 다르다.'고 확언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 책은 많은 질문을 하는 것같다.
['눈이 멀었다.'라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눈이 멀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실제 소유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기본적인 생존 양식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확인한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일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해설|p.467)
 
우리 주변에는 지금도 수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들은, 눈먼 자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일으켰던 일들보다, 더 악한 일들이 눈 뜬 자들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눈먼 자들은 자신들이 눈이 멀었다는 한 가지 변병이라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과연 눈을 뜨고 있는 자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은 어떤 변명꺼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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