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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에게 키스하지 마! - 추한 개구리를 멋진 왕자로 오인하는 눈먼 그녀들을 위한 신랄한 지침서
마릴린 앤더슨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5년 5월
평점 :
"언젠가 나의 멋진 왕자님이 짠~ 하고 나타날 거야!"
얼마나 낭만적인가. 세상 모든 소녀들처럼 나도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자랐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동화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특히 멋진 왕자님을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를...
혹 <개구리 왕자> 동화를 기억하는가?
사악한 마녀의 주술에 걸린 개구리 왕자가 공주의 키스를 받고 다시 왕자의 모습으로 변해서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이야기를 지어낸 작자는 남자임이 틀림없고,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못생긴 얼간이였을 것이라는 거다. 흠, 그럴듯한 논리다.
이 책은 이 개구리 왕자 동화를 남녀관계의 은유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세상에는 자기에게 키스해줄, 즉 자기와 함께 자줄 여자를 꼬시기 위해 오늘도 맹렬히 작업 중인 수많은 개구리 남자들이 있다. 유부남 개구리, 대부 개구리, 마초 개구리, 골초 개구리, 도박사 개구리, 마마 개구리, 몸짱 개구리 등등. 남자의 속물적 특성을 콕콕 잘도 집어낸다.
마릴린 앤더슨의 거침없는 입담은 후련하다 못해 포복절도할 만큼 유쾌하기조차 하다.
남자가 침을 질질 흘리거나 혹은 퉤퉤 뱉는다면 그는 키스 빵점인 개구리다, 차버려라! 유부남 개구리는 결코 자기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이실직고하는 법이 없다, 언능 차버려라! 당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겠다며 사고 싶은 게 있으며 뭐든 고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가게는 '천냥하우스'다. 윽! 인색한 개구리는 냅다 차버려라!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동물인 남자에 대한 신랄하고 재미있는 통찰이 가득하다.
여자라면 이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고, 남자라면 자신의 애처롭고 비참한 자화상을 바라보며
외마디 비명을 지를 것이다."
신현림 시인이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는(절대 상상이 안 가지만...) 이 책은,
장난스럽고 냉소적인 앤더슨의 입심에 킥킥대고 한참을 웃다가도 내 남친과 내 여친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의외로 따스한 애정을 한가득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