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1 - 태양의 공주
앙투안 B. 다니엘 지음, 진인혜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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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잉카 소녀의 눈빛에 어쩌면 매혹당했을까.

다 늙으막에 페루의 안데스 산지로 의료봉사를 떠난 선배가 떠올라서였을까.
잉카-안데스 음악에 푹 쩔어 지내던, 안데스 고원지대에 대해 갖는 나만의 어떤 환상의 귀착점일까.
 
어쨌든 덜컥, 세 권을 한꺼번에 주문해놓고
왜 하필 잉카인 게냐, -_-^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혼자 갸우뚱한다.
미지의 낯선 세계를 향한 동경? 이 또한 오리엔탈리즘의 오류겠지만.
세계의 오지 구석구석, 투어 관광의 마수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는 데에서 오는 삐뚤어짐의 심리, 뭐 그런 영향이 클 게다.
 
 
강가에서 황금의 모래알로 목욕을 했다는 잉카의 처녀들.
신라왕국에선 원숭이도 귀걸이를 하고 다닌다고 기록한 서구의 어느 탐험가처럼,
무슨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사는 것도 아닐 테고,
그만큼 황금에 대한 정복자들의 탐욕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싶다.
잉카인들이 수많은 태양신전들 벽체에 황금을 입힐 때 실은, 합금을 이용했다고 하니.
 
우리가 황금에만 앵글을 맞춰 잉카 제국의 문명을 바라보는 것 또한,
에스파냐 약탈자들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유의미성을 갖는다.
태양신과 마추픽추, 황금의 제국, 180명의 오합지졸 스페인군에 남미의 대제국이 무너진 황당한 오역의 역사로 요약되는, 잉카 제국에 대한 그간의 오독을, 우리의 시선을 교정해줄 수 있겠다.
 
스포일러를 저어하며,
그래도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호오쯤은 밝혀도 좋으리.
푸른 눈의 신비 소녀 아나마야보다 13대 잉카 왕 아타우알파에게 훨씬 더 끌렸다.
더이상 바위 위로 뛰어오르지 못하는 퓨마처럼 그의 처연한 죽음 앞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운명에 맞부딪치는 자, 그를 왕이라고 했던가.
 
인간의 운명과 비극의 역사, 그 기저에 무의식의 강처럼 흘러가는 인간의 근원적인 허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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