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allow (스왈로우) - Sun Insane
Swallow (스왈로우)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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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피로>부터가 이 앨범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허클베리 핀>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instrumental 곡이죠.

보통 그룹을 오래 하던 사람이 솔로 앨범을 내게 되면 첫 앨범의 경우는 자신의 색깔과 그룹의 색깔을 어느 정도 절충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조금 좋아지기도, 아주 나빠지기도 해요. 네, 결국은 그리 좋은 앨범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겁니다.

swallow의 앨범도 많이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히려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좋은 앨범인지 헷갈리고 있어요. 사실 제 취향에 묘하게 들어맞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첫곡 <봄의 피로>부터가 귀를 확 잡아끕니다. 클래식을 전면적으로 활용한 이 곡은 앨범의 전체적 분위기를 확실하게 각인하면서 '잔인한 4월'같은 이미지를 드러내며 분위기를 살짝 반전시키는 <몇 가지 오해들>로 이어집니다.

왠지 모르게 나른하게 늘어지는 느낌을 주는 곡 <어느 배우>, 잔잔한 피아노와 기타와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다가 자연스럽게 볼륨을 높인 듯이 올라가는 감정. 차근차근히 쌓인 우울함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조금씩 내보이는 조절이 돋보입니다.

게다가 <킹맨의 거짓말>은 기타와 드럼이 들어간 전형적 락 트랙인데도 다른 곡들과 그리 상충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이기용의 보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자연스럽게 보컬과 호흡이 맞는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보컬에 맞춰 앨범의 컨셉을 맞춘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앨범의 컨셉에 맞춰 보컬을 들여온 걸까요. 아무런 채색도 되지 않은 듯한 보컬은 이기용의 취향이기도 하지만 또 이 앨범 전체<저녁의 룸펜>은 아예 기타가 뒤로 물러서고 현이 가장 앞에 나와서 멜로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긴 방랑이 끝나는 아침>은 어쿠스틱 기타의 잔잔하게 뒷받침되어 정말 '봄'의 기분을 잘 표현했습니다. <무엇이 나를 눈멀게 했을까>는 한술 더 떠서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만든 곡입니다.

뿐만 아니라 Deja Vu에서 보이는 작사의 스타일은 주목할 만한 것입니다.
[소리 없는 순간의 미명으로 모진 고된 시절을 마치면 장례식에 흐르는 Moon River 사라지지 않은 채 거리에 흐르고 있어]같은 가사는 근래 보기 드문 것이니까요.

마냥 슬프지도 않고, 극도로 우울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약한 느낌도 아닙니다. 정말 봄처럼 미친 태양이 녹아있는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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