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평으로 생계를 꾸리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텍스트에 대한 이 치명적 무지가 언제나 게으름이나 악의의 산물은 아닙니다.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에 짓눌린 패배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다 읽을 가망 없이 책상에 산처럼 높이 쌓인 (대체로 맘에 들지 않는) 새 책들과 더불어 밤낮으로 사는 일, 할 말이 전혀 없는 내용을 가지고 뭔가를 말해야만 하는 상황, 언제나 일이 밀려 있는 상황. 이런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양해할 만한 여지가 많습니다. 그러나물론 어떤 것이 양해할 만하다는 말은 곧 양해가 필요함을 고백하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가는 실제 사실들을 알기 (흔히 혼자서만) 때문에 비평가들의 무지를 인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평가들의 이 악덕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서평자들은 작가가 펴낸 책들의 집필순서와 출간순서가 같고 전부 출간 직전에 썼다고 가정합니다. 최근에 나온 톨킨의 《반지의 제왕》 서평들 중에 여기에 속하는 아주 좋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그 책이 정치적 알레고리가 분명하다고 보았고 (이것은 다른 학덕을 잘 보여 줍니다) 많은 이들은 절대반지가틀림없이 원자폭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책의 실제 창작 역사를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생각이 틀렸을 뿐 아니라 연대기적으로도 불가능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서평자들은 《반지의 제왕》의 신화가 톨킨의 어린이 이야기 《호빗》에서 자라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도 대체로 틀린 생각이라는 것을 톨킨과 그의 친구들은 알았습니다. 물론 비평가들이 이런 것들을 잘 모른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문제는 자신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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