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굴복해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 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 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었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모든 것들을 너무나 순진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갈매기들은 저항했고, 타협하지 않았기에 승리했다.
이 상황에서 고개를 숙인 인류가 더 똑똑했던 건가, 아니면 저항한 갈매기가 더 똑똑했던 건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맞지 않을까?
우리는 이곳 감옥에 갇혀있고, 우리가 저지른 원죄의 값을 치르는 중이다. 한 인간의 유혹에 넘어갔고, 눈을 감은 채 그 인간의 뒤를 따라나섰던 원죄 말이다. 인간은 저항한다는 정의를 망각한 것, 이기주의, 예측 부재, 외면, 독재에 굴복, 작은 것에 대한 탐닉과 같은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글은 우리 일상에서의 작은 굴복들이 만들어낸 작은 원죄들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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