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비비언 고닉 지음, 서제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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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리를 내려다본다. 내 삶이 짐 끄는 말의 삶과 같다는 걸 깨닫는다. 마구를 걸치고 있기만 하면 나는 걸음을 놓치는 일 없이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디딜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균형을 깨뜨리면 나는 또다시 목에 걸린 형편의 무게를, 그 밑에서 스스로 똑바로 걷는 법을 익혀야 했던 짐의 무게를 느낀다. - P16

친구 관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찬 상태여야 만날 수 있는 관계다. 첫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해물을 치운다. 두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정표에서 빈 곳이 있는지 찾는다.
나는 가끔은 로라 같고, 가끔은 레너드 같다. 어쩔 때는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성향이 바뀌기도 한다. 나는 기꺼이 로라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 P21

외로움에서는 서걱거리는 느낌이 난다. - P76

나는 내 삶을 돌아보았고, 내가 혼자 사는 법을 배운 적이 전혀 없음을 깨달았다. 내가 배운 것들은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고통이 지나갈 때까지 누워 있고, 회피하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일이었다. 나는 익사하고 있지 않았지만 헤엄을 치고 있지도 않았다. 나는 누운 자세로 물에 뜬 채, 구조되기를 기다리며 해변에서 멀리 떠내려가고 있었다. - P77

사실은 정말로 혼자 있는 게 더 쉽다. 욕망을 불러일으키면서 그것을 해결해주려 하지 않는 존재와 함께 있는 것보다는. 그럴 때 우리는 결핍과 함께하게 되는데, 그건 어째선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 결핍은 가장 나쁜 방식으로 우리가 정말로 혼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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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우주가 산업이 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 가이드
켈리 제라디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윰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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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라이드는 물리학자 였다.)

1983년 마침내 그들은 우주비행 준비를 마쳤다. 샐리 라이드 (Sally Ride)가 새로운 우주왕복선 챌런저의 탑승자 명단에 합류하면서 우주 탐사를 떠날 최초의 미국 여성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샐리가 과학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미국 언론은 그의 성별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써내려갔다. 기자들은 그의 가족계획뿐 아니라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울어버리는지 알고 싶어 했으며 심지어 우주에서 그가 입을 속옷에까지 관심을 기울였다. - P48

방송인 자니 카슨을 비롯한 심야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샐리가 신발과 어울리는 손가방을 찾을 때까지 우주선 발사가 지연될 것이라는 농담을 던져 성적 고정관념을 공고히 하는데 일조했다. 팀 내에서조차 샐리는 여성이 우주비행에 참여함으로써 가져오는 변화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존재였다. 동료 공학자들은 우주선 진공 화장실 주변에 커튼을 치는가 하면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겠지만) 7일 비행에 탐폰이 100 개면 충분하냐고 큰 소리로 묻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샐리의 우주비행 참여는 미국 여성이 우주로 진출하는 기반을 닦아놓았고 ‘manned‘ 우주비행에서 ‘human‘ 우주비행으로 바뀌는 계기를 마련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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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리커버 특별판)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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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에 자세한 내용이 쓰여 있었는데, 처음 읽을 때는 그냥 지나치고 넘어갔다. 그 내용에 따르면 부드럽고 예민하며 산에 고분고분해서 한 입에 먹히는 아연도 불순물 없이 아주 순수한 경우에는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럴 경우 아연은 어떤 결합도 완강히 거부한다. 여기서 우리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철학적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악에서 지켜주는 보호막 같은 순수함에 대한 찬미와, 변화를 일으켜서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불순함에 대한 찬미가 그 둘이다. 나는 메스꺼울 정도로 도덕주의적인 첫째 것을 버리고, 내 마음에 드는 둘째 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꾸물거리고 있었다. 바퀴가 돌아가고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불순물이, 불순물 중의 불순물이 필요하다. 잘 알고 있듯이, 땅도 무엇을 키워내려면 그래야 한다. 불일치, 다양성, 소금과 겨자가 있어야 한다.
파시즘은 이러한 것들을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금하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너는 파시스트가 아냐. 파시스트는 모두가 똑같기를 원하는데, 너는 그렇지가 않아. 얼룩 하나 없는 미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그런 게 존재한다면 정말 혐오스러울 것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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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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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여다보는 진정한 창문은 눈이 아니라 질문이다. 볼테르가 말했듯,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의 대답이 아닌 질문을 보는 것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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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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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굴복해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 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 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었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모든 것들을 너무나 순진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갈매기들은 저항했고, 타협하지 않았기에 승리했다.
이 상황에서 고개를 숙인 인류가 더 똑똑했던 건가, 아니면 저항한 갈매기가 더 똑똑했던 건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맞지 않을까?
우리는 이곳 감옥에 갇혀있고, 우리가 저지른 원죄의 값을 치르는 중이다. 한 인간의 유혹에 넘어갔고, 눈을 감은 채 그 인간의 뒤를 따라나섰던 원죄 말이다. 인간은 저항한다는 정의를 망각한 것, 이기주의, 예측 부재, 외면, 독재에 굴복, 작은 것에 대한 탐닉과 같은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글은 우리 일상에서의 작은 굴복들이 만들어낸 작은 원죄들에 관한 이야기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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