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다시금 뉴베리상 수상작 영어 원서들을 읽고 있다. 표지도 예쁘고, 분량도 얇아서 별로 읽기에 무리가 없겠지 싶어서 들었는데 읽다가, 몇 번이고 그만 덮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거의 좌절 수준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쪽수는 90쪽 밖에 안되는데,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았다. 이보다 더 두꺼웠어도 이보다 더 쉽게 읽히는 책들이 꽤나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가 싶었다. 어찌 되었든 책을 덮어버리려고 했으나, 이 책을 읽다가 덮으면 나중에 또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할 것 같고 해서 모르는 단어들 표시해가면서 그냥 대충 추론하거나 넘어가면서 읽고 내용들을 어느정도 다 이해했다.
17~18세기 영국에는 실제로 왕자가 말을 안듣거나 잘못을 하면 대신 매를 맞아주는 아이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그 제도에 기인하여 쓴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Brat 왕자는 공부하기도 싫어하고 예의범절도 모르고 말도 안 듣는 왕자였다. 그런 왕자의 매를 대신 맞아주는 아이는 바로 지미라는 아이였다. 지미는 매를 맞으면서도 결코 눈물 흘리지 않았고, 왕자는 읽고 쓰고 셈을 계산할 줄도 몰랐으나 총명한 지미는 어깨 너머로 그 모든 것들을 하나씩 배워 나갔다. 모든 것이 따분할 뿐이고 지루했던 왕자는 지미에게 궁밖을 나가자고 하고, 아빠와 살던 궁밖이 그리워진 지미는 동행한다. 궁밖에 빠져나간 지미와 왕자는 두 명의 노상강도인 코 베가는 빌리와 송곳칼이라는 자와 계속 얽히면서 위기를 겪게 된다.
우리의 철없는 망나니 왕자는 궁에서처럼 바깥에서도 자기 뜻대로 될 줄 알지만 자기 뜻대로 모든게 쉽게 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지미 대신 채찍도 맞기도 한다. 그리고 백성들이 자신을 형편없는 망나니 왕자라고 부르면서 걱정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계속해서 두 명의 노상강도와 얽히면서 생명의 위기를 겪지만 결국 둘은 무사히 빠져 나오고, 성으로 돌아와 신분을 뛰어 넘어 친밀한 우정을 깨닫게 되며 다시 제대로 돌아온 왕자는 바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가 문득 떠올랐다.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비슷한 부분도 약간은 있어서.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아서 버벅댔지만, 끝까지 읽어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배울 점 많은 재밌는 이야기라고 본다. 어쨌든, 모르는 단어들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 찾아서 한번쯤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