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을 통해서 위안을 받는 미술사학자 이주은씨가 그림을 통한 일상 치유 에세이를 펴냈다. 지난번 책과는 조금 색다른 것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테마를 두었고 그 테마와 함께 서서히 영글어가는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들과 그와 어울릴만한 그림들을 제시하면서 부드럽고도 유유한 문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책의 시작하는 대목에 이렇게 말한다. "그림은 삶의 지침서와는 다릅니다. 이것저것 해두라고 등을 떠미는 대신 '자네, 여기 와서 쉬게나'하고 권합니다.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결심하는 대신 '너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지'하고 일깨워 줍니다....(후략)" 그러면서 그림처럼 꿈꾸듯 한 장면 한 장면 넘기면서 사계절을 지내 보자고, 지친 우리의 일상에 휴식과 함께 위안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그림과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조지 레슬리가 그린 <포푸리>라는 그림이 유독 기억에 남는데, 꽃잎을 말려 향을 맡고 있는 여인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그림인데 작가는 그 그림과 연관지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사람이 가장 향기로운 순간은 값비싼 향수를 뿌렸을 때가 아니라,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받을 때라고 한다.

 

세월가는 소리에 가슴이 씁쓸해질 때면, 안느 발라예 코스테의 <둥근 병이 있는 정물>을 바라보면서 삶에 대해서 좀 더 낙관적이고 여유로운 자세를 취하기를 권한다. 즉, 그녀가 말하길 "사람에게도 해를 거듭할수록 쌓이는 풍미가 있다. 그것은 타고난 원재료의 맛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지니게 되는 향미임에 틀림없다. 타고난 그대로의 콩은 시간이 지나면 썩을 뿐이지만, 적당한 조건에서 잘 띄우면 된장이 된다. 우유는 치즈가 되고, 쌀은 정종이 되며, 포도는 와인이 된다. 삶도 뭉근히 기다렸다가 삭히고 발효시켜야 제 맛이 난다. 날마다 여기서 쑤시고 아픈 것은 맛이 숙성하면서 단단하던 조직이 물러지는 과정이 아닐까. 나는 지금 늙어가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인 걸작품으로 변성하는 중이다. 그래, 상큼한 겉절이 김치로 평생을 살 수 없다면 어디 한번 제대로 맛든 묵은 김치가 되어 보기로 하자" 상당히 멋진 말이다. 곧 삼십 줄에 접어들어가는 나에게 이런 멋진 말과 그림은 참으로 많은 위안이 되었다.

 

유유하고 편안하게 말하면서도, 미술사학자답게 많은 배경지식을 깔고 그림에 대해서 조곤조곤 말하는 그녀의 지력과 필력에 감탄을 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어떻게도 그렇게 많은 그림들을 알고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또한, 우리의 일상이 그림못지 않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을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공감할 수 있었다.

 

여하간 우리는 작가처럼 배경지식을 가지고 그림을 보아야 한다는 선입견을 꼭 가질 필요가 없다. 그저 내 맘에 드는대로, 내 생각하는대로 그림을 바라보자. 그리고 느끼면 된다. 또한, 유명한 그림이 아니더라도 어느 엽서 속의 일러스트 하나를 보고도 그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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