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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ㅣ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 켠이 시려온다. 대학 들어오고 나서 정말 많이 힘들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땐 전혀 생각조차 못하던 길이었기 때문에. 처절하게 하루하루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을때, 베포 할아버지의 그 한마디...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 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 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
'그게 중요한 거야.'
... 한 마디 치곤 너무 길었나? 꼭, 그 상황에서만 정말 큰 감동을 주는 말이 정말로 있다는 걸절실히 깨달았다. 베포 할아버지의 그 말은, 그 시기의 내게 정말 필요한 말이었다. 누군가가 이야기 해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말... 나는 한 동안 책을 덮고, 나를 생각하고, 내 앞에 놓인 길을 바라보며 휴지 5장을 썼다.
'... 그래. 책은 이래서 읽는 거지...'
어쨌거나, 그 후 나는 조금씩 나를 추스리기 시작했고... 지금의 나는, 내게 주어진 운명, 혹은 숙명, 어쩌면 소명일... 생명을 위한 이 길을 걷고 있다.
'...한 걸음씩,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