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10년간 읽어오는데, 늘 그의 작품을 대할때면 같이 떠오르는 말이 있다. 다름 아니라 한승원씨가 쓴 이문구 작가론 중의 이문구 전용 어휘로 찍은 '...거였다'라는 말이다.

다른 말이 아니라 참말로 그 말이 이문구 작품의 모든 힘과 특징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아픈 가족사(인민위원장 경력의 '신화적 인물' 아버지를 감싸안고 쫒겨 떠돌며 생활해야 했던)와 시대의 변화로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사그라듦의 연속인 그 삶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추려놓는 힘은 그 '거였다'라는 말끝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그런 부침많은 삶을 잠잠하게 과장없이 내어놓는 또하나의 힘은 선조로부터 이어져 온 글쓰기 방식--옛 선비들의 고문 창작-을 이으면서 온다고 본다. 파국을 위한 갈등구조를 차곡차곡 계산하는 '소설'이란 말을 여기 붙이지 못하고 '손가는 대로' 썼다는 겸손조의 '수필'이라는 말을 제목으로 붙여 놓은 이유도 그의 '예의 염치를 아는' 양반자손으로서의 의식과 그 글쓰기 방식에의 고수라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여기에 나오는 옹점이와 석수장이의 이야기를 읽고는 늘 울곤 한다.주변사람들에 대해 군림하지 않고 말없이 세심하게 살피는 '선비 지방관'(18,9세기 정약용등의 실학자가 자기의 정체성으로 설정한 '정체'인)의 남은 모습과 그 눈의 따뜻함에 감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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