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때문에 고민입니다만, - “내 새끼지만 내 맘대로 안 된다!”
서민수 지음 / SISO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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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 때문에 고민입니다만,"
서민수, siso출판사

표지에 적힌 문장이 다소 눈살을 찡그리게 했다. "제가 버릇을 좀 가르치겠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쓰레기가 되지 않겠습니까?"라니. '쓰레기'라니. '뭐가 이렇게 극단적이야?'싶던 나의 첫인상은 이내 '오죽했으면 이렇게 표현하실까.'로 바뀌었다. 그만큼 관심과 애정이 담긴 표현으로 읽혔고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다.

6쪽.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매일 새벽까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죠? 잠도 안 주무세요?"

안 잔다. 아니 못 잔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잠을 자다가도 메신저 알람이 울리면 자동으로 손이 휴대폰을 향한다. 잠결이어도 아이들의 말을 듣고 대답한 후에 전화를 끊는다. 어떨 때는 다음 날 일어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나 녹음파일을 듣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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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과 교육학을 전공하고, 학원에서 청소년들을 오랫동안 가르쳤던 나로선 연령마다 보이는 청소년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는 있지만 '도대체 쟤는 왜 저러는 걸까?' 싶어서 고민하고 궁금해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해불가의 대상이나 통제하기 쉬워서 말 잘 듣는 무엇을 양성해낼 목적으로만 청소년들을 대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겠다. 그러나 나의 가까운 이웃이지만 낯설게 보일 때가 적지 않았던 그들을 어떻게 인격적으로 대해야할지, 애정을 가진다 해도 어떻게 다가가고 표현해야할지를 몰랐기에 서민수 대장님의 조언이 내게 필요했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있다. 거의 모든 에피소드의 내용이 짧은 편이라 쉽게 읽힌다. 어렵지도 않아서 술술 읽히고 재미있기도 하다. 그러나 솔직히 1부를 읽으며 아쉬웠는데 외계인이라 불릴만큼의 낯선 면모를 주로 열거하시고 구체적인 대응 방법이나 교육 방법을 다루시는 비중이 적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서민수 대장님의 경험담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2부부터는 달랐다.

역시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대장님'이라고 불릴만한 분이시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대장님의 조언들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청소년들에게 더없이 적절한 도움과 대응방식이었다는 것이었다.

56쪽.

결국 학생의 인성을 바른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역할이 가장 크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건 안타깝지만 부모의 역할이 만들어낸 결과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아이들의 행동은 언제나 변화를 거쳐서 형성되는 것이지 한 번에 쓰레기가 되는 친구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의 변화에는 단계가 있고, 앞 단계에서 잘못된 점을 놓쳤다면 다음 단계에서라도 꼭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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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가 없어. 왜 저러는 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난 잘못없어. 지 인생이니 지가 알아서 해야지. 난 최선을 다했다고. 이제와서 뭘 어쩌겠어.'라고 말하지 않는 어른이 계셔서 너무 감사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허락할 때 유념해야할 2가지를 정확히 조언해주시는 부분이 실제적이고 큰 도움이 되었다.

99쪽.

여전히 비행 청소년들과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그렇다면 그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유아기 때부터 문제가 있어서 비행을 저질렀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들이 변하게 된 이유는 분명 성장 과정에서 여러 요소들과 더불어 부모가 허락했던 무언가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경험'이든 '사고'이든 아니면 '상실'이든 '획득'이든 말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에게 주는 허락이 청소년기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가져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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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작점에 대해 알려주시고 강조해주셔서 유익했다. 그뿐 아니라 외계상황이 아닐까 싶을만큼 몰랐던 몸캠 수법이라든가 온갖 SNS와 사이버 범죄들에 청소년들이 연루되거나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알게 되어 유익했다.

4부는 훈훈했다. 그리고 '말을 마치며'를 읽다가 결국은 울컥하고 말았다. "아이를 위해 늘 준비하고 있는 어른". 나도 서대장님처럼 그리고 다른 어르신들처럼 나의 부모님같은 어른이 될 수 있으려나. 내 그릇이 작고 얕을지라도 어쩌겠는가. 나 역시 여전히 최선을 다하며 내 자리를 지키고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나의 이웃들 곁에 있어주어 서로를 후회없이 응원해주고 싶다. 진심으로 고맙고 따스한 책이다. 청소년들이 우리의 이웃인 모든 분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318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럼 좋겠다. 영화 어바웃 타임 처럼 주먹을 불끈 쥐면 내가 후회하는 시간으로 되돌아가서 만회했으면 좋겠다. 인생을 2번 살게 해주면 안 될까? 그럼 후회를 만회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쉬워하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잘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지금부터 아들의 편이 되어 주고 아들이 좇는 꿈을 응원해주려고 한다. 몇 년이 지나고 났을 때 또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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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야 말로 제 취향저격하는 명작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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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페이지 요리책
듀자미 지음 / 렛츠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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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먼저 귀가 솔깃했다. 원 페이지 요리책이라니. 달랑 한 페이지. 그만큼 단순하고 간결하게 각 요리의 포인트를 딱 집어줄 요리책을 예상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바람은 아무리 도전해도 내 입에 맞지 않아 늘 실패했던 요리들을 원 포인트로 한 눈에 정리해서 지금까지 해온 숱한 실패들을 줄여보고 싶어서였는데 이 책의 의도와는 무관한 나의 바람일 뿐이었다.

대략 110여 페이지의 이 요리책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림이 있긴 하지만 단촐해서 각 요리의 포인트가 되는 재료 하나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공백이 많아서 내가 이 레시피(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는)대로 요리를 하다가 겪은 시행착오나 나만의 계량법을 적기에는 적합해 보인다.

다만 커버가 다소 두꺼운 종이이고 한 번에 펼치기에도 어려워서 이 책을 보며 요리를 하려면 무거운 것으로 페이지를 눌러야하는 불편함이 예상된다.

다른 특징들을 들자면, 재료의 계량이 없다. 몇 분 정도를 익혀야하는지도 대부분은 생략되어 있다. 과정이 문장으로만 적혀 있으므로 요리를 하는 분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셔야 한다. 이 정도는 이 책의 의도("실패를 두려워 말고 자꾸 만들다 보면 감이 생깁니다.")를 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요리를 처음하는 분들에게는 당황할만한 순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기본 재료에 적힌 밀가루가 강력, 중력, 박력 중 무엇인지, 간장은 진간장, 국간장, 양조간장, 맛간장 중 무엇인지 적혀있지 않다. 국수나 파스타를 삶을 때의 대략적인 양에 대해서 전혀 감이 없는 분들도 부족한 양을 삶거나 많이 삶은 후 남은 양을 버리거나 처치가 곤란한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초보자분들이 알아야할 기본 식재료나 필수적인 도구에 대해 따로 정리하여 알려주는 부분들은 유익하지만 몇 재료에 대해서는 설명이 생략되어 있는 것도 아쉬웠는데 예를 들면 마늘이 그 중 하나이다. 마늘이 가진 항암성분 중 하나인 알리신을 극대화하려면 마늘은 통으로 먹거나 편으로 먹을 때보다 찧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미리 갈아두는 것보단 끓이거나 볶거나 무치기 10분 전에 찧어두는 것이 마늘이 가진 맛과 영양을 극대화할 수 있다. 찧거나 간 마늘을 소분해서 냉동했다가 써도 되지만 해동 후 오래 두면 알리신의 효과나 맛도 줄어든다. 또 너무 오래 가열하면 맛과 효과도 감소한다.

내가 이 책에 호감을 가졌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유명한 요리 블로거분들 중 어떤 분들은 "이 레시피에는 **사의 ****액젓만 써야합니다. ##사의 ##간장, @@@사의 다시마를 써야합니다. 다른 것을 써서 맛이 없다고 하지말고 레시피 대로 하시오. 맛이 없다고 툴툴 댈거면 시작을 마시오." 라는 말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하게 단촐해서 요리초보자의 실패를 줄여줄 의도가 전혀 없다는 부분에서 이 책은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특히 1인 가구인 경우, 실패한 요리는 버리는 것도 경제적인 부담이요, 버리지 못해 먹는 요리는 스트레스와 서러움이 되고, 나의 경우는 실패한 요리는 또 다른 실패로 이어졌다. 실패가 쌓이면 다신 도전할 마음조차 생기지 않고 두려움만 남겼다. 요리는 감으로 한다는 말은 내겐 참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요리는 100% 과학이라는 게 요리에 대한 나의 신앙이기 때문인데 화학적인 작용을 우리의 감각으로 체득하기까지는 감수해야할 시간과 비용,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요리 초보자분들에게 "요리는 감이고 할수록 늘어요. 실패를 두려워말고 너무 많은 것을 갖출 필요없이 부담없이 시작해봐요"라는 시도는 좋다. 너무 많은 틀에 얽매여 스트레스를 받거나 요리 자체가 엄청난 부담으로 여겨지는 분들에게는 정말 군더더기없고 깔끔한 내용과 편집이다.

초보자라면 꼭 알아야할 계량법과 재료 명시에 좀 더 충실했더라면 하는 바람이 맴돈다. 나같이 요리를 해온 시간은 오래되었지만 실패만 잇는 사람에겐 이 책의 첫 레벨 첫 요리조차 다소 높은 레벨이기에 레시피(그토록 단순명료하다니)를 보고 놀랐다. 내겐 결코 그리 만만한 요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처럼 소심하고 예민하셔서 실패가 두려운 분들은 서점에서 살펴보신 후 구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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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준열 외 8인 창비청소년문학 85
이은용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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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청소년 소설이고 난리법석, 다사다난한 내용일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 제목과 표지. 어린 시절 23명의 가족에 둘러싸여 자란 내겐 안 읽어봐도 이미 읽은 듯한 내용인 듯 해서 내키지 않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기에 더욱 술술 읽혔다. 재미있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서가 아니라 모든 과정이 좋았고 끝도 좋았다. 특히 11장이 좋았다.

다만 '외 8인'이 '외 10인과 1견'일 줄은 몰랐지만 정말 읽는 내내 키득거렸다. 청소년 문학과 아동 문학을 두루 애정하는 나는 자문했다. 왜 이 분야에는 유독 여행하는 내용이 많을까?

주인공 맹준열이 애독하는 데미안에도 답이 있고 준열이의 독백에도 답이 있다.

" 한동안 우리는 게임을 하듯 돌아가면서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 했다. 막상 시작하자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무의식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공간들. 마치 한 번도 들여다본 적 없는 불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장소들이 응집되어 있었다.

히말라야 등반을 하고 별이 쏟아지는 초원에서 유목민들과 하룻밤을 묵고 문명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부족과 춤을 추고 갑자기 지금껏 내가 살아온 세계가 엘리베이터만큼밖에 안 되는 기분이었다.

문만 열면 갈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는데 좁은 공간에 갇힌 채 살아가는 나란 존재란." (166쪽)

자신이 속한 알을 깨고 나와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여행이란 정말 멋지고 딱 들어맞는 과정이다. 이 소설이 2박 3일의 이야기라는 게 맹가네 가족만큼이나 독자들도 믿어지지 않지만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과 시간들. 시간을 들일수록 색과 향과 맛이 숙성되듯이 맹가네 가족들은 각자 성숙해지고 있었다.

너무 잘 아는 곳이라고 해도 그곳을 찾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혹은 누구와 동행했는지 홀로 갔는지에 따라 여흥이 달라질 것이다. 대가족에 소속되어 거기서 벗어나 오롯이 홀로이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 간절했던 준열이의 마음과 늘 순탄하지 않은 그 가족들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 읽어봤자 뭐가 달라질까 싶었지만 읽고나니 역시 읽어봐야 했다 싶고 읽기를 잘했다 싶고 읽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책이었다.

11장이 너무 좋았다.

"걸음을 뗄 때마다 가족들이 나타났다." (214쪽)

사랑하는 사람들은 늘 나의 모든 감각과 기억과 존재에 깃들어있다. 홀로일 때도 홀로이지 못한 이유는 그들과 내가 서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준열이의 마지막 독백과 달리 내가 속한 세계와 내가 속할 세계는 분리되지 않고 엮여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오롯이 되살려내기란 또 얼마나 어려울까. 청소년보단 나같은 어른들에게 더없이 적격인 소설이다.

"여행을 떠나면서 처음 알았다. 엄마의 기대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별것도 아닌 일을 그토록 바란다는 게 시시하게 느껴지다가도 엄마가 꿈꾸는 그림에 나는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미안해졌다." (76쪽)

"대부분 그런 거 아냐?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거랑 상대방이 원하는 건 다르니까" (153쪽)

"비로소 가족들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행 내내 내가 가장 원하던 일, 원하던 순간. 이 순간을 위해서 그토록 애를 썼건만 막상 '외 8인'을 벗어났는데도 나아진 건 없었다. 나는 아직도 어디인지 모를, 덥고 먼지 나는 길을 걷고 있을 뿐."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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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 Studioplus
존 클라센 그림, 맥 버넷 글,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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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책 모서리를 보면 주독자가 유아라는 걸 알 수 있다. 커다란 눈의 무표정한 세모가 주인공인데 세모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세모는 자신과 닮은 세모 모양의 집에 살고 집 근처에도 세모만 보인다. 집 입구가 세모 모양이고 집 안에 세모 액자가 있다. 어느 날 세모는 그 작은 발로 총총 거리며 세모 모양의 동네를 지나고 이름 없는 모양들의 동네를 지나 목적지인 네모 모양의 동네에 이른다.

길을 떠나온 목적은 네모 동네에 사는 네모의 집에 도착해서 네모에게 장난을 치려는 것이었다. 네모 모양 동네에서 네모난 출입구에, 네모 액자가 걸린 네모난 집에 사는 네모는 세모의 장난에 깜짝 놀라 아주 무서워한다. 그런 네모를 집 밖에서 엿보던 세모는 웃느라 숨이 막혀서 더 이상 장난을 치지 못한다.

네모와 세모 모두 내내 무표정이지만 독자들은 어떤 표정일지 볼 수 있고 세모의 슷슷,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네모가 오돌오돌 떨었을 모습도 볼 수 있다. 무표정이기 때문에 매 페이지에서 네모와 세모의 표정을 독자의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장난에 성공한 세모는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달리고 그 뒤를 네모가 쫓아가기 시작한다. 둘 사이에 이런 장난과 추격전이 잦았을 것이라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에 누군가는 이 장면에서 웃을테고 나같은 성인은 이랬던 시절이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의도했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어리숙한 네모의 복수 이후로 네모가 어찌됐을지 생각해보면 이 둘 사이의 장난은 계속 이어졌을 것만 같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장난을 치고 서로를 쫓는 것이 가능했던 그 시절이 이 책의 주독자들에게는 일상일 수도 있겠다. 내게도 이런 장난을 칠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나를 곤란하게 할지가 유일한 고민이라고 했던 친구. 나도 네모처럼 늘 어설픈 복수를 하다가 바보가 되곤 했다.

끝 장면에서 세모가 가득한 동네에서 세모 모양 집의 세모 모양 입구에 끼여 매달려 있는 네모를 보자니 꼭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게, 네모야, 무작정 달려들 게 아니라 조금만 생각을 해보지 그랬어. 누군가는 둘을 사랑스럽다고 하던데 사랑까지는 아니었고 잔망스런 둘이 귀여웠다. 비슷한 수준의 어리숙함을 가진 둘을 보니 동질감이 느껴져 몇 번을 더 보았던 책이기도 했다. 근데 아이들도 세모와 네모의 무표정한 얼굴을 좋아할까 아니면 무서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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