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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d가 그들을 알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d는 헐거워진 모자를 고쳐 쓰며 얼굴을 찌푸렸다. 너를 아느냐고? 이 장소를 벗어난 곳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누군가 등을 두드리며 자신을 아느냐고 물으면, d는 그 얼굴을 몰라볼 것이고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모르니까. 모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으며 알 이유도 없으니까. d가 혐오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같이, 그들도 같을 것이다. 똑같이 혐오스러울 것이다. 혀를 내밀어 음식을 받아먹고 노골적으로 바라보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 치고 다니고, 자신이 지닌 사물로 사람을 찌르고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둔감하며, 알고도 굳이 개의치 않고, 비대한 자아와 형편없는 자존감이 뒤죽박죽 섞인 인격을 아무에게나 들이대고, 남의 얼굴을 향해 핸드폰을 처박을 것처럼 내민 채 이미 더러워진 액정 화면을 문지르는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타인. 거짓말로 살아가는 사람들.
_황정은, 『웃는 남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