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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 옥탑에서 옥탑으로 옮겨다니는 생활이었다.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도 옥탑이었다. 크게 기울어진 비탈 아래쪽에 있었다. 작고 좁고 더러운 건물이었지. 디디는 일을 쉬고 그 집에 머무는 날이면 아래쪽 길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의자를 가져다두고 앉아서 잡지나 소설책을 읽었다. 그러다 퇴근해 돌아오는 나를 발견하면 이야, 하고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아래쪽에서 바라보면 디디의 머리가 옥상 가장자리로 불쑥 나와 있었다. 둥근 단발머리 때문에 작은 버섯처럼 보이는 머리가…… 디디는 제때 나를 발견하려고 내가 도착할 무렵엔 자주 고개를 들어야 했을 것이다. 한 줄을 읽고 고개를 들어 비탈을 바라보고 다시 한 줄을 읽다 말고 고개를 들어 비탈을 바라보고. 더 행복해지자, 담배와 소변 냄새가 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며 나는 다짐하고는 했다. 행복하다. 이것을 더 가지자. 더 행복해지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것 한 가지를 생각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 계단에 이르면 디디가 햇빛에 빨갛게 익은 얼굴을 하고 마중나와 있었다. 번거롭게 뭐하러 이래, 겸연쩍고 그렇게 말하면 디디는 싱글벙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돌아오는 걸 보는 게 좋아. 그게 정말 좋아서 그래.
내 잘못이 무엇인가.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뭔가 잘못되었는데…… 그 잘못에 내 잘못이 있었나. 잘못이기는 한가…… 아니다 잘못이다. 그게 잘못이 아니라면 무엇이 잘못인가. 나는 어쩌면 총체적으로, 잘못된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인간인가.
_황정은, 「웃는 남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