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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문구는 얼마나 빤한가.
내겐 그저 당연하다 싶을 따름. 그의 남,다름은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다라고 이르는 데서 드러난다.
보후밀 흐라발, 내가 쓰려고 아껴둔 문장을 마치 그이가 먼저 내어다 쓰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그를 질투하며, 시기하며, 다음은 어떤 문장을 마주하게 될지를 놓고 긴장하면서 초조해 하면서 손톱을 물어뜯으며, 그를 파먹고 마침내 不可分, 그이가 되고만 그 문장을 쫓고 또 쫓는다.
虛와 無를 딛고 포효하는 활자들이 이 가슴을 물어뜯도록 내버려 두는 것 말고는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를 에워싸는 이 무력함, 패배감.. 헌데 어째서 나는 이토록 편안함을 느끼는가.. 나는 이 평안에 이름표를 달아주고 싶다, '한없이 포근한 패배감'이라고..
드문 경우이나 타자에게서 닮(고 싶)은 구석을 발견한다는 건 얼마나 경이로운가.. 그것은 또 한편 얼마나 쓰라린 경험인가.. 흐라발의 육신을 빌어, 이르자면 육화된 그 말들을 나는, 사랑한다.. 愛/憎, 이 앞에서 난 그저 철 모르는 짐승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