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인사이트 산책 - 5인의 창작자가 다시 읽는 낯설고 매혹적인 도쿄의 일상
김학재 외 지음 / 책밥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도쿄 인사이트 산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유명한 장소보다 ‘도시를 바라보는 방법’이었습니다. 여행자로 도쿄를 찾으면 맛집과 명소, 쇼핑 목록부터 챙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떤 도시에서 오래 살아간다는 것은 그곳을 소비하는 일과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매일 같은 역을 지나고, 일하고, 밥을 먹고, 좋아하는 장소를 만들면서 도시는 서서히 생활의 일부가 됩니다. 





책을 쓴 다섯 작가님은 서로 다른 일을 하며 도쿄에서 생활해 왔습니다. 김학재 작가님은 이토 토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는 건축가이고, 홍세희 작가님은 츠지 조리사 전문학교를 거쳐 여러 주방에서 경험을 쌓은 요리사이자 사케 소믈리에입니다. 이혜주 작가님은 패션과 공간을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며, 유시연 작가님은 도시와 시간, 기억을 탐구하는 예술가입니다. 위지영 작가님은 문학과 잡지 편집 디자인을 공부한 출판 디자이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직업이 그대로 도쿄를 읽는 렌즈가 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도시인데 누구에게는 건축이고, 누구에게는 음식과 계절이며, 또 다른 사람에게는 패션과 미술, 책으로 보입니다.





특히 건축가의 산책에서 ‘역’을 바라보는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하라주쿠역과 오모테산도역을 잇는 길은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패션 잡화와 먹거리 등이 뒤섞인 ‘참배길’로 읽힙니다. 서울역을 다룬 대목에서도 역은 교통수단의 종착점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이 처음 만나는 ‘도시의 관문’으로 설명됩니다. 





저 역시 여행할 때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도는 것보다 골목을 걷거나 동네 가게에 들어가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정작 제가 사는 도시에서는 목적지만 보고 움직이는 날이 훨씬 많았습니다. 여행지에서는 간판 하나, 건물 하나도 유심히 보면서 출퇴근길의 풍경은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지나쳐 버립니다. <도쿄 인사이트 산책>을 읽고 나니 ‘산책’은 걷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리사의 도쿄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책에는 계절 야채를 중심으로 여러 코스가 준비되는 무츠카리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제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음식문화는 자연의 변화를 식탁으로 옮기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라주쿠의 서브컬처와 빈티지 문화, 미술관과 진보초의 책 문화까지 이어서 보면 도쿄의 매력은 ‘일본문화’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쿄 인사이트 산책>은 도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뿐 아니라 건축·요리·패션·미술·출판처럼 창작과 문화 분야에 관심 있는 분에게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삶을 궁금해하는 분이라면 관광 정보에서는 얻기 어려운 생활인의 감각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남은 것은 새로운 장소의 목록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습관이었습니다. 


 

#도쿄인사이트산책 #김학재 #홍세희 #이혜주 #유시연 #위지영 #책밥 #인문에세이 #일본문화 #도쿄 #도쿄산책 #도시문화 #체크카페 #체크카페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 - 열네 명의 할머니, 한 개의 벤치, 오십만 명을 살린 마음 치유의 혁명
딕슨 치반다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울과 불안, 고립 같은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 있는 분뿐 아니라 사람을 돕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 - 열네 명의 할머니, 한 개의 벤치, 오십만 명을 살린 마음 치유의 혁명
딕슨 치반다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치유의혁명 #아프리카 #짐바브웨 #할머니들의이야기 #마음을들어주는벤치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음을 들어주는 벤치>를 읽으며 치유는 반드시 전문가의 방 안에서만 시작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이 책은 정신건강을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일이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많지만 의료 자원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마음을 들어주는 벤치>는 단순한 우정 벤치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한 의사가 자신이 배운 전문성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을 치유하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배워가는 기록처럼 느꼈습니다.





그 출발점은 에리카라는 젊은 여성의 죽음입니다. 치반다 작가님은 2002년 처음 만난 에리카가 학업과 가족의 기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우울증을 겪었다고 회상합니다. 결국 그녀를 지키지 못한 경험은 작가님에게 병원에서 환자를 기다리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이후 할머니들이 보여주는 상담 방식입니다. 정신분석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고통을 말로 표현하고, 그것을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타인의 존재를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자기 마음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우정 벤치는 여기에 현실적인 문제 해결과 공동체의 연결까지 더합니다. 마음의 문제를 개인의 내부에만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난과 가족 문제, 일자리,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된 고통을 개인의 의지만으로 치료하겠다는 발상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충분히 이야기하고 나면 같은 문제를 보는 방식이 달라질 때가 있었습니다. 해결책을 대신 제시해 준 사람보다 제 말을 끊지 않고 들은 사람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책 속 할머니들이 내담자에게 정답을 내려주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 방법을 찾게 한다는 대목에 공감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우정 벤치가 ‘전문가 대 비전문가’라는 단순한 대립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할머니들은 단지 인생 경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상담자가 된 것이 아니라 훈련을 받았고, 치반다 작가님 역시 연구와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즉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전문지식의 무용함이 아니라 전문지식과 공동체의 지혜가 만났을 때 생기는 힘입니다. 정신건강을 개인의 병리만으로 바라보면 사람이 맺고 있는 관계와 환경을 놓치기 쉽습니다. 반대로 따뜻한 마음만 강조하면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을 놓칠 위험도 있습니다. 우정 벤치의 의미는 바로 그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 책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에리카와 함께 걸었던 공간을 다시 찾는 장면이 특히 먹먹했던 것도,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출발점에 결국 한 사람을 잃은 기억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들어주는 벤치>는 우울과 불안, 고립 같은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 있는 분뿐 아니라 사람을 돕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심리학이나 상담을 공부하는 독자라면 이론이 실제 공동체에서 어떤 형태로 변형되어 작동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고, 가까운 사람의 어려움을 어떻게 들어줘야 할지 고민했던 독자에게도 좋은 질문을 남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1일 1책 인문학 중국고전 ㅣ 1일 1책 인문학
다케우치 미노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국고전을 읽다 보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난해함보다도 방대함입니다. <논어>, <맹자>, <장자>, <사기>처럼 익숙한 제목부터 <염철론>, <근사록>, <전습록>, <벽암록>까지 들어가면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1일 1책 인문학 중국고전>은 바로 이 지점에서 유용한 안내서입니다. 다케우치 미노루 작가님은 교토대학과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중국문학을 공부하고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 교수 등을 역임한 일본 중국학의 권위자입니다. 양억관 번역가님은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국 역사소설과 일본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겨온 전문 번역가입니다. 584쪽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한 권의 고전을 짧은 단위로 나누어 소개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책의 장점은 중국고전을 단순히 ‘좋은 말씀 모음집’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역사와 정치, 사상과 처세, 소설과 희곡, 시와 산문이라는 네 갈래를 따라가다 보면 고전이 탄생한 시대와 그것을 쓴 인간이 함께 보입니다. 특히 첨부한 본문에서 <삼국지>의 진수와 <제갈량집>의 제갈량을 소개하는 방식을 보면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인물의 출신과 시대적 배경을 먼저 짚고, 저술의 구성과 후대에 미친 영향까지 연결합니다. <한비자>나 <논어>의 한 문장을 오늘의 처세술로 떼어 소비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독서입니다. 고전의 문장은 진공 상태에서 태어난 격언이 아니라 특정 시대의 정치적 갈등과 인간관계, 당대의 문제의식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한문과 동양고전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도 비슷했습니다. 처음에는 한자를 많이 알고 문장을 정확히 해석하면 고전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공부할수록 글자 뜻을 아는 것과 텍스트의 맥락을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같은 ‘인(仁)’이나 ‘덕(德)’이라는 글자도 어느 시대의 누가 어떤 정치적·철학적 맥락에서 사용했느냐에 따라 읽어야 할 층위가 달라집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앞부분에 시대 구분표와 지도, 역사 연표를 배치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중국고전은 수천 년 동안 서로 논박하고 계승하며 형성된 거대한 대화의 기록입니다. <논어>를 읽고 <맹자>와 <순자>를 거쳐 <한비자>로 이동하면 각각의 책이 고립된 섬이 아니라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사상사의 일부라는 사실이 보입니다.





본문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십팔사략>과 <유효경> 등을 소개하면서 정치와 인간의 수양을 연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예컨대 책에 인용된 “무릇 사람이 바라는 것을 손에 넣을 때, 순수하게 바라는 것만을 가질 수는 없다”는 취지의 문장은 고전 정치사상의 현실성을 잘 보여줍니다. 욕망에는 언제나 비용과 부작용이 따라온다는 통찰은 현대의 조직이나 정치에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중국 사상사를 조금 넓게 보면 유가가 개인의 수양과 사회적 질서를 연결하고, 법가가 제도와 권력의 작동을 파고들며, 도가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치와 구분 자체를 의심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로 충돌하는 사상들을 한꺼번에 읽는 재미가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1일 1책 인문학 중국고전>은 중국고전 전공자를 위한 깊은 주석서라기보다 앞으로 무엇을 읽을지 결정하기 위한 지적 지도입니다. <사기>를 읽어보고 싶지만 방대한 분량 때문에 망설였던 분, 제자백가의 관계가 머릿속에서 뒤섞이는 분, 중국 역사와 문학을 함께 조망하고 싶은 분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1일1책인문학중국고전 #다케우치미노루 #이다미디어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아하게 용기 있게 - 사랑과 지혜로 엮어낸 투병과 보살핌의 기록
켄 윌버 지음, 박윤정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면서 자신의 삶까지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분께 추천하고 싶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