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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좋은 게 너무 많다! - 러시아 국민 동화 '데니스의 이야기' 한국어판
빅토르 드라군스키 지음, 승주연 옮김 / 시원주니어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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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걸로 제대로 씻어봐! 비누 거품을 잔뜩 묻혀서 씻어!”
그래서 나는 흉측한 모습을 한 닭에 비누 거품을 잔뜩 묻혀서 씻기 시작했다. 그러자 닭의 몰골이 더 끔찍해졌다. 비누 거품을 많이 내서 씻겼고, 벌써 30분째 구정물이 나오는데도 닭은 깨끗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29 p / <세상에는 좋은 게 너무 많다!>
러시아 국민 동화이자 무려 전 세계 15개국에 번역 출간된 빅토르 드라군스키 작가님의 <세상에는 좋은 게 너무 많다!>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장편동화이 아니라 단편동화집인데요. <대박 아이디어>, <생닭을 두 남자에게 맡기면 안 되는 이유>, <파란 하늘에 걸린 빨간 풍선>, <세상에는 좋은 게 너무 많다!>, <9살에 비로소 깨달은 사실>, <침대 밑에서 20년을 보낼 뻔한 이야기>가 바로 단편들의 제목입니다. 제목만 보아도 통통 튀고,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집니다. 작가님은 자신의 8살 아들인 데니스와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소재로 동화를 집필했다고 하는데요. 확실히 실생활에서 가져온 소재들로 쓰여진 동화여서 그런지 리얼리티가 살아있으면서도 어린 아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유머가 있어서 읽는 내내 웃음이 났습니다.

이 동화의 주인공인 데니스는 9살 사내 아이입니다. 무조건 말썽만 부리는 개구쟁이도 아니고, 공부를 좋아하는 모범생도 아닙니다. 설거지가 많아서 고민하는 엄마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고, 닭 요리를 하는 아빠를 돕기도 하는 착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숨바꼭질하는 것도 좋아하지요. 숙제를 깜박하고 하지 않았을 때는 나름대로 재치를 발휘하여 위기 상황을 넘길 줄도 압니다. 만약 데니스가 흔한 개구쟁이라거나, 현실 세계에는 많이 보이지 않는 모범생이었다면 동화의 재미가 반감되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오히려 ‘아이의 하루가 이렇게 문학이 될 수 있구나’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거창한 교훈? 없습니다. 대신 웃기고, 엉뚱하고, 너무 인간적인 하루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동화들이어서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6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별일 아닌데 웃긴 순간”을 정확히 포착합니다. 설거지를 도와주겠다는 기발한 발상, 생닭을 맡긴 두 남자의 불안한 조합, 풍선을 놓아버린 선택의 대가, 연 날리다 인생의 한 수를 배우는 장면까지. 웃다가, 아차 싶다가, 마지막엔 꼭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아이에게는 “나도 저랬어!”라는 공감을, 어른에게는 “아, 나도 저랬지…”라는 회상을 만들어주기 때문이지요. 분량도 짧아서 부담 없고, 문장은 담백해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도 이 동화집의 장점입니다. 요즘처럼 빠르고 자극적인 이야기들 사이에서, 이 책은 오히려 천천히 웃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1950~60년대 소련의 공동주택, 공용 부엌과 욕실 같은 배경은 한국 독자에게 이질적일 수 있지만, 시대와 국경은 이 동화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작가님은 소련이라는 낯선 시대를 전혀 낯설지 않게 만들거든요. 데니스처럼 ‘세상에는 좋은 게 너무 많다!’는 일상의 행복을 이 동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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