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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 -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50가지 철학적 질문들
움베르토 갈림베르티.루카 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풀빛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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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위대한 철학자들 중에서, 특히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스스로를 알고자 하지 않는 자는 자신을 적절하게 돌볼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무엇을 돌봐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매우 표면적이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 / 31 p

저는 ‘철학’이야말로 아직 자아 정체성이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꼭 배워야 할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기본적으로 철학은 ‘질문’에서 시작한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아는 것’을 의심하고, 계속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점점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철학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비판하는 힘이 생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는 ‘철학’ 과목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학부모님들은 논술학원으로 철학교육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에 풀빛 출판사에서 출간한 <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청소년까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이어서 철학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학부모님들이 무척 반가워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쓴 움베르토 갈림베르티 작가님과 루카 모리 작가님은 모두 이탈리아 내에서 저명한 철학자로 활동중입니다. 먼저 움베르토 갈림베르티 작가님은 이탈리아의 가장 유명한 현대 철학자 중 한 명으로, 심리치료사이자 교수이자 작가로 활동중입니다. 또한 루카 모리 작가님은 이탈리아에 있는 피사 대학교에서 철학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철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쓴 책이어서 확실히 이 책은 깊이가 있습니다. 동시에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보통의 철학 전공서적처럼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철학에 관심이 있는 성인 독자가 읽어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배울 점이 많습니다.
보통 ‘철학’이라고 하면 굉장히 난해하고 어려운 내용을 공부하는 학문 같지만, 이 책에서는 철학의 문제를 곧 ‘나’, ‘인간다움’, ‘진리’에 대한 이야기로 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자기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아, 내면, 행복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데, 평소에는 생각한 적이 없었던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현명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과 같은 질문들이 이 책 속에 등장하여 독자들을 깊은 내면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가치, 목적, 도덕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도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인간은 선할까, 악할까?’라는 전통적인 철학적인 문제부터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까?’, ‘과학을 무조건 믿어야 할까?’ 등과 같이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한 질문들이 책 속에 등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고민해 보았을 ‘남들의 시선’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는 ‘철학’의 문제로 이야기합니다. 바로 ‘왜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걸까?’라는 질문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진리 탐구와 성찰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이 나옵니다. ‘죽고 나면 어떻게 될까?’와 같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명확하게 풀리지 않는 미지의 질문, 그리고 ‘가장 경이로운 존재는 무엇일까?’라는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질문 등이 책 속에서 계속 쏟아져 나옵니다. 지루할 틈이 없어요. 이 책은 마치 수업을 듣는 것처럼 ‘경어체’로 씌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이러이러한 철학적인 논제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철학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진짜 ‘철학’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저명한 철학자의 말이라도 ‘완벽하게 진리’라고 주장하지 않는 점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의 76쪽을 보면 “세상 모든 이론이 그렇듯, 누구나 칸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추론을 통해 직접적인 경험이 가능한 것들을 통합하여 끈질기게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존재하죠. 여러분은 칸트의 말에 동의하나요?”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단순히 칸트의 철학은 이러이러하다라고 재미없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칸트의 철학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있어서 ‘역시 이탈리아의 철학자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철학서들은 미국 작가들이 쓴 책이 많은데,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는 흔하지 않은 ‘이탈리아’ 출신의 철학자들이 쓴 책이라 확실히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답을 주는 책이 아닌, 계속 ‘질문’을 던지게 함으로써 사고력을 쑥쑥 키워주는 훌륭한 책입니다. 글도 좋지만, 멋진 올컬러 삽화도 들어 있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철학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님들께 <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을 추천합니다.
